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으로 시장지배적 혹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 불공정’으로 발생한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와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주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국회소상공인정책포럼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입법 토론회’에서, 미국과 EU의 플랫폼 규제법을 살펴보고 국내 플랫폼 공정화 입법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차별취급·이해충돌 금지…미국, 원천금지 vs EU, 행위규제

미국과 EU에서는 공통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Covered Platform) 또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하고, 지정된 플랫폼의 일정한 행위 유형에 대해 금지의무를 부과하며, 이러한 금지의무 위반시 제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기업결합, 이해충돌, 차별취급, 자사우대, 상호운용성 등 주요 이슈별로 개별 법률을 제정하고 금지행위를 개별 법률 단위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자국 산업 내에서 상당한 지위를 점하는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이 현재 점하고 있는 시장지배력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거나 행사하지 못하게 규제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바람직한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취지다.

EU는 P2B(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기본적인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려 하고, DMA(디지털시장법)를 통해 실체적 규율을 하고 있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 현재 점하고 있는 시장지배력의 남용보다는 소비자와 사업자 등 이용자들의 접근법 및 선택권 보장, 자율성 침해 금지, 데이터 주권보장 등에 관해 미국보다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차별취급과 이해충돌 금지와 관련, 미국은 사후적 행위규제가 아닌 사전적·구조적 접근으로 해당 사업의 소유 또는 지배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기업분할이나 매각명령 등 구조적 조치까지 규정하고 있다. 

반면 EU는 이해충돌에 관한 구조적 접근을 조문화하지 않고, 본문에서 차별취급 및 자사우대 금지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즉, 이해충돌로 인해 발생한 개별적 차별취급 및 자사우대에 대한 행위규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양자의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주요 지배적 플랫폼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이 다르다는데서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산업체계를 비롯한 경제질서 전반의 경쟁질서를 약화하고 있고, 독점추구에 따른 폐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소비자 후생 측면 뿐만 아니라 경쟁과정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기조다. EU의 경우 미국을 본거지로 하는 주요 지배적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역내 거래과정의 필수요소가 되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거래 등의 이용과정에 나타나는 폐해를 시정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온라인 플랫폼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강력한 구조적 접근을 취해 수직적·수평적 통합에 제한을 둘 것인가, 아니면 사후적 행위규제 중심의 접근을 취할 것인가는 우리가 처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시장조사 권한 규정…공정경쟁 확보, 규제 필요성 검증을

시장 실태조사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EU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시장 실태조사와 경쟁당국의 위반행위 조사 권한에 대해 별도의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은 합리의 원칙에 따라 해당 행위로 인한 반경쟁적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애초에 넓은 시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법 위반 유형을 중심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왔기 때문에 플랫폼 규제법안 적용을 위해 그 타당성 검토를 위한 시장조사 권한을 새롭게 규율할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DMA에서는 시장 실태조사 및 위반행위 조사 권한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경쟁당국의 경우처럼 유연한 시장조사 권한을 갖기 보다는 대륙법계 법 위반 중심의 당연위법 여부 판단을 위한 시장조사를 행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EU와 같이 구체적인 시장조사 권한을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플랫폼 규제법이 도모하는 디지털 부문의 공정경쟁을 사전적으로 확보하고, 규제의 필요성을 검증해 규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시장조사를 통해 정량적 요건뿐만 아니라 정성적 요건까지 고려한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적시하도록 하는 한편, 아직 지속적인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은 사업자의 경우 일부 의무만을 부과하거나, 필요한 경우 지배적 사업자 지정 철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EU DMA의 시장조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시장조사를 통한 규제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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