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횡재세를 위기 대응의 주요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역시 횡재세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유업계와 금융권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위해 법인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경제위기로 전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에 대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 한국세무사회 등이 15일 개최한 ‘횡재세 도입 논의와 과세 논리 검토’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최근 물가상승을 이용한 부의 독점 현상이 횡재세 논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횡재세에 대한 개념 정의와 과세대상의 범위 조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횡재세 도입 논의와 과세 논리 검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 연구이사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횡재세를 기업이 외부효과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정하게 돼, 부당하게 높아진 수익을 과세하기 위해 보완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횡재세의 부과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수익이 얼마만큼 과도한 것인지 또, 부당한 요건에 충족하는지 등 초과이익에 대한 개념적인 정립이 우선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연합 등 주요국 횡재세 과세 도입=유럽연합은 올해 9월30일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에 합의했다. 피크시간대에 의무적으로 전력수요를 감축하는 한편 전력생산자, 석유, 가스 기업 등의 초과이윤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수익에 대한 분배는 직접 최종소비자에게 지급하거나 소비감축 기업 등에 보상 및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한편, 청정에너지 투자기업에 금융지원을 했다.

독일에서도 횡재세 도입이 논의 중이다. 석유, 석탄, 가스, 정유 회사 등의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평균보다 20% 초과수익에 대해 33%의 횡재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스페인은 에너지 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까지 횡재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7월5일 에너지 이익 과세법을 도입해, 영국 또는 영국 대륙붕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에너지 이익 부담금을 과세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횡재세에 대한 입법이 논의되고 있다. ‘The Big Oil Windfall Profit Tax Act’는 일 3만 배럴 이상 석유 생산, 수입업자의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고 있으며, ‘Gas Price Gouging Tax and Rebate Act’는 일평균 30만 배럴 생산, 총수입 100억 달러 초과 석유 생산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성만·용혜인 의원 횡재세 법안 발의=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이성만 의원 발의안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정부가 유류에 대한 탄력세율을 적용했음에도 오히려 독점기업이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초과소득을 법인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했으며, 이때 횡재세가 아닌 일정액 이상의 초과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영구세 형태를 구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용혜인 의원 발의안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상이익을 과도하게 넘는 초과이득에 대해 한시적 과세를 한다는 내용이다. 용 의원안은 정유회사 뿐만 아니라 은행까지 납세의무자에 포함됐다. 초과이익에 대한 50% 과세 후, 정상이익에 대한 법인세 납부액을 공제하는 방안을 담았다.

◇은행 등 초과이윤세, 영구세로 고려를=김 연구이사는 유럽연합, 영국, 미국 등 횡재세 도입 국가들은 산유국이며, 부과대상이 직접 석유를 시추해 판매하는 석유회사인 점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 후 판매하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에 대해서는 조세의 기능 중 예대마진 폭 유지 등 금리상승 억제를 통한 물가상승 및 서민의 이자부담 완화 기능으로서 초과이윤세 부과가 가능하며, 오히려 영구세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업종이 아닌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행위를 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외부효과에 의해 이익을 얻은 회사는 제약, 자동차, 프로그램, 배달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있으므로 초과이익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상이윤, 초과이익에 대한 개념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제 감면 및 투자 유인책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횡재세 도입과 더불어 슈퍼공제를 통해 투자이익의 80%까지 감면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업에 대해 보상하고 대체에너지 사업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이사는 횡재세가 징벌적 과세의 성격이 아니라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투자 또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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