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줄여주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거시경제 정책의 일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채산성이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냥 솔직하게 ‘다주택자 혜택 몰아주기’라고 이실직고를 하고, 거시경제 정책이란 이름은 때어내는 편이 낫겠다. 

지난 21일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첫 번째가 “거시경제 안정관리”다. 거시경제 관리를 위해 내놓은 여러 가지 과제들 중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주택자에게 취득세와 양도세를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취득세의 경우 3주택자(조정지역 2주택)와 4주택 이상(조정지역 3주택)에 적용되는 세율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또,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 중인 양도세 중과배제는 1년 더 연장하고, 내년도 세재개편안에서 “근본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는 게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개선 및 서민 주거부담 완화 추진”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완화의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 반해,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모호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대출규제를 보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금지규제를 해제하고, LTV 상한을 30%로 적용”한다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왔다. 

반면 규제지역 무주택자 LTV에 대해서는 “시장 및 가계부채 여건을 보아가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수준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달리 과감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보니,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겠다는 인상도 남기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2023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시장 상황이 아니란 점은, 부동산과 금융 등 각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오히려, 시장상황이 나아졌을 때 실수요자들이 주택매입의 여력을 갖추기 전에 다주택자들이 나서서 주택 매집을 할 때쯤이나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을 봐도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이 아니라, 다주택자 혜택 몰아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정말로 서민 주거부담 완화를 추구했다면, 다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2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서민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세입자들의 이자부담 완화와 함께 갱신횟수 확대, 신규임대차 임대료인상률 상한제 적용 등 세입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서도 세입자 보호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확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또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규제완화가 초래할 부작용을 최소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22년 가계복지금융조사를 인용해, 자산불평등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제를 통한 재분배로 자산불평등 완화의 단초를 마련하기는커녕 되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 및 규제지역내 대출규제 등 완화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자산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정부가 다주택자 혜택 몰아주기에만 몰두한다면, 거시경제 불안해소부터 서민 주거부담 완화까지 내세운 정책목표를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즉시 다주택자 혜택 몰아주기를 철회하고, 엄중한 경제상황에 걸맞게 경제정책방향을 전면 수정해 위기상황에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