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기업의 부채비율 증가폭이 코로나 당시인 2020년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상황을 분석했다고 26일 밝혔다. 분석 결과, 기업매출과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이 악화됐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대표적이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이 지난해 같은 기간(74.2%)보다 7.2%p나 늘었다. 코로나 당시인 2020년 3분기 당시의 상승폭이 2.6%p였던 것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차입금의존도(19.4%)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18.9%)보다 증가했다.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2.3%p 떨어진 55.1%를 기록했다. 코로나 당시인 2020년 3분기(57.2%)에는 0.9%p 하락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이 체감하고 있는 경영위기가 코로나 당시보다 크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증명됐다”며, “올해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되었던 공급망 훼손, 고금리, 고유가·에너지 등의 고비용 복합위기는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줄었는데 이자비용은 20% 넘게 급증=조사대상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늘어났다. 매출액과 총자산 등 덩치는 커졌지만, 부채가 크게 늘고 내실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의 대표적인 지표인 영업이익증감률은 지난해 3분기 당시 53.5%로 급증했으나 올해는 –7.2%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기업은 58.3%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2.5%로 크게 감소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13.1%, 4.0% 증가했지만, 지난해의 성장률(중견 39.7%, 중소 19.8%)에 못미쳤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함께 줄어들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1년만에 1.7%p 감소했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해도 1.0%p 줄었다. 매출액당기순이익률은 5.9%로, 지난해 같은 기간(7.4%)보다 1.5%p 떨어졌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1년새 22.3% 증가했다. 조사대상의 3분기 발생 이자비용은 총 3.5조원으로, 1분기(2.6조원)와 2분기(3.0조원) 발생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매분기 4000억~5000억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문제는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3분기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말 대비 대기업은 5.5%에서 6.8%로, 중견기업은 9.7%에서 11.4%로, 중소기업은 7.9%에서 8.4%로 각각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10.7회에 달했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속도가 더뎌진다는 의미다. 대기업은 12.4회, 중견기업은 8.2회, 중소기업은 5.5회로, 지난 분기에 비해 모두 느려졌다. 기업의 자산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회전율은 지난 분기 0.79회에서 0.78회로 소폭 하락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2023년 새해를 눈앞에 둔 기업들의 체력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