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어두운 그림자가 암울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세계가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진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자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은 냉혹하다. 금리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여파에 가정경제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의 예상외 성적에 잠시 환호를 질렀지만, 뒤따르는 공허감에 쉽게 추격당했다.

국민 대표재산이라 말할 수 있는 집값은 나락으로 치닫고 있으며, 푼돈 모아 용돈 한번 모아보자는 마음에 시작한 주식과 가상화폐는 그 가치가 하락했다. 물가는 이미 무감해질 정도로 올랐다. 여기에 전기요금에 가스요금은 말 그대로 폭탄이 될 것이란다. 춥기는 오죽 춥나. 이래저래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

힘든 것이 ‘나’만이 아니라고, 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고 했다. ‘세계’ 모두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위로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세계 모두가 힘든 것도 아니며,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다 힘든 것도 아니었다. 유독 ‘나’만 더 힘든 이들이 있다. 굳이 분류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나란 범위에 포함되는 이들은 서민이고 바로 대다수 우리 이웃들이다. 소상공인이 있고, 얄팍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바로 우리다.

그래도 새해를 앞두고 희망이라는 것을 찾고 싶지만, 경제전문가의 전망은 절절하고 소박한 희망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아니 오히려 허리띠는 졸라매고, 이미 바짝 마른 행주를 쥐어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겹게 일상을 괴롭히는 코로나19는 전문가 예상이나 국가방역 노력과 상관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고정요소가 됐다.

발버둥을 쳐도 우리 의지대로 해낼 수 있는 것은 점점 줄고 있다. 희망이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손 내밀어야 하고, 나라 정책에 기대해야 한다. 이것도 아니면 운이라도 따르게 종교나 무속에 의지해야 할 판인가.

수 년 째 이어지고 있는 일상의 어려움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자리했다. 아릿하던 아픔은 이제는 온 마음과 신체를 휘청이게 할 만큼 사나워졌다. 아무리 되돌아보고 살펴봐도 나를 챙기는 것이 지금 상황을 견디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수단으로 보인다. 힘들 때일수록 자신을 챙기라는 옛말이 더 절실히 와닿는 요즘이다. 그리고 내 주변의 우리를 살펴야 할 때다.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 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 할 것이라는 故김광석의 노래처럼, 세상에 한 방울 물이 있다면 마시고 건강하게 내일 아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망을 품어보자. 도도한 역사 흐름 앞에 늘 서민은 현명하고 건강하게 이겨 내지 않았나. 수고한 2022년의 끝은 다시 희망가를 부르라고 새해를 가져온다. 2023년은 우리 모두가 안녕한 한해이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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