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최대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2022년 한 해 동안 경제계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역대 최고의 기록이 좋은 것이었다면 찬사를 아끼지 않을 일이나, 하나같이 경제상황이 불안정하고 민생이 어려운 결과인 것이 문제다.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 초반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7%)보다 높다. IMF위기 당시인 1998년(7.5%)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토끼띠인 1999년생들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또, 2022년 6월과 7월 두달 연속으로 물가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물가는 심지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이 소환되기도 했다. 6월 들어 8.0%를 기록한 뒤 9월에는 급기야 9.0%를 기록했는데, 30년 전인 1992년 10월(8.8%)보다 높은 수준이다. 

민생경제가 입은 충격만큼 거시경제 전반이 불안했다. 기업들이 체감한 큰 충격 중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급상승은 물가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이 컸다. 1400원을 돌파한 것은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나 경험한 일이다. 

월간 무역적자도 IMF 시절 이후 가장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연간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던 경제가, 이제 기지개를 펼까 하던 차에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겪으니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고통이 더욱 컸다. 

2023년의 전망은 더욱 안 좋다. 일자리 증가폭이 가장 우려된다. 한국은행과 KDI가 모두 2023년에 새로 생길 일자리 증가폭을 올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임금이 따라가지 못해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도 문제다. 2022년 이미 발생한 실질소득 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 2023년에도 3% 이상의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니, 실질소득 감소와 일자리 충격이 가계에 퍼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할 한 해다.  

고물가가 유지되니 고금리 상황 역시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기업들은 이자비용이 예년보다 20% 이상 뛰어올라 고통이고, 가계는 주택매입자금이나 전세금의 이자를 내기도 숨이 벅차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경기가 하강하다보니, PF대출이 위기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시장에 횡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채권 사태와 같은 급변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당시처럼 정부가 한발짝 늦게 대응한다면, 지금처럼 체력이 약해진 경제상황에서는 일이 얼마나 더 커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불안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공황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1933년 취임사에서 “우리들이 두려워해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IMF 시절로 회귀한 이상, 우리는 다시 한번 IMF를 극복했다고 선언하던 당시의 마음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환란을 이겨냈으며, 올해부터는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의 방향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국내외의 밝은 전망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든 경제위기가 1년만에 종식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불경기나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와 고통이 짧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면 눈앞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한해를 보내는 내년 이맘때에는 “그래 우리는 경제위기를 또한번 극복했어”라며, 함께 희망을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