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으로 소매유통업체의 체감경기가 코로나19 유행 초창기보다도 악화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73)와 코로나19 충격이 발생한 2020년 2분기(66)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RBSI는 2021년 들어 100 수준을 회복한 뒤, 2022년 2분기까지 90대 후반을 유지하다 이후 3분기 연속으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73으로 급락하더니, 새해 1분기 들어 60대로 진입했다. 

대한상의는 “새해에도 고물가·고금리·자산가격 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운 가운데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높은 물가수준이 지속되고,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 유지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당분간 소비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가 작을수록 경기전망 나빠=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보다 낮은 가운데, 유형별로 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경기전망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83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76까지 악화된 전망치가 새해 들어 소폭 상승했다. 대한상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과 온라인배송 허용 등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형마트의 주력품목인 식품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재라는 점과 설명절 특수 등이 기대감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백화점의 경우 71로 한분기만에 경기 기대감이 크게 악화됐다. 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97)와 4분기(94)에 다른 소매유통업보다 높은 경기 기대감을 보여왔다.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보복소비와 엔데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소득 이용객이 많은 백화점도 새해 들어 경기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불황기에 강하다는 편의점(58)도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103으로 유일하게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던 편의점은, 4분기 들어 60으로 전망치가 크게 악화된 뒤 새해 1분기에도 소폭 하락을 이어갔다. 

슈퍼마켓(49)은 가장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51)와 4분기(48)에 이미 전망치가 크게 악화된데 이어, 새해에도 다른 업태보다 낮은 경기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경기침체 영향과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 등과의 경쟁심화로 매출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온라인쇼핑(65) 역시 지난해 3분기(88)와 4분기(80)에 비해 급락했다. 대한상의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엔데믹 전까지의 높은 상승세에 따른 역 기저효과가 지수 하락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리오프닝으로 오프라인 소매유통으로의 본격적인 수요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새해 중점 전략…허리 졸라매기=경기전망이 악화된데 따른 대응 역시 수세적인 방향이 주를 이뤘다. 

새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전략으로는 비용절감(48.2%)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온라인 강화(32.0%), 프로모션 강화(25.6%), 점포 리뉴얼(19.2%), 상품개발(18.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경영 애로요인으로는 소비 위축(34.6%), 비용 상승(25.2%), 소비자물가 상승(11.8%), 상품매입원가 상승(10.8%), 시장경쟁 심화(10.4%) 등을 차례로 들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원자재시장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비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확대와 함께 중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