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중지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이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KT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공동논평을 통해, “법원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1항에 근거해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0년 9월 가입자들은 SKT를 상대로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본인의 개인정보를 해당 통신사 혹은 제3자의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가명처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묻고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정리를 요구했다. 

SKT는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열람 및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수 있고,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법원은 정보주체의 가명처리에 대한 처리정지 요구 등이 가명정보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결정권 행사 방법인 점, 반드시 처리정지 요구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만 피고가 주장하는 산업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가명정보의 처리’가 아닌 ‘개인정보의 가명처리’에 대해서는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 사실이 있다고 들며, “이용자의 동의없이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것도 이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이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의 정당한 처리정지권 행사마저 가로막고자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은 SKT의 지나친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9월 당시 SKT 외에 KT와 LGU+를 상대로도 개인정보 열람청구와 가명처리 정지 요구가 있었는데, SKT와 마찬가지로 KT와 LGU+ 역시 이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은 KT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을, LGU+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침해신고를 했다. 2021년 4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개인정보 실제 내용의 열람 조치 및 신청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처리 정지 조치를 이행할 것을 주문하는 조정 결정을 했고, KT는 이를 수락했다. 

LGU+에 대한 개인정보침해신고만은 결론이 달랐다.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는 2022년 7월 신고 결과 답변을 보내왔는데, “LGU+의 소명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신청인의 요구는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가장 일반적인 가입자 권리 구제절차로 알려진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가 시간만 끌고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오히려 다른 구제절차를 활용할 기회를 박탈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은 유감”이라며,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감독할 것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