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사태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문득, 정부가 그동안 민간에 가격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해온 일이 떠오른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치솟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수 차례에 걸쳐 민간기업에 가격과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도 농식품부가 최근 식품제조업체 12곳 임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가격인상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간담회 설명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여타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또, 식품원료 할당관세 연장 등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식품업계도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랬던 정부가 전기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정부 방침을 따라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온 민간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게다가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가격 인상 압력이 더 강해지게 됐다. 민간에 가격인상을 자제하라고 했으면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부담을 키운 셈이다. 

공공요금 인상이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최근 기재부와 행안부는 243개 전국 모든 자치단체와 합동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행안부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공공요금 동결 또는 인상률 최소화, 인상시기 분산 등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자체에는 지방 공공요금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서, 중앙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한 상황이니 영이 설리 만무하다. 당장 서울 등 지자체들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포함한 교통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공공요금발 물가불안이 더욱 확대될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폭 확대를 꼽은 바 있다. 반대로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물가의 하방 리스크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폭탄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란 점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이 또한 미진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달 초 올해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15만2000원으로 소폭 인상하고,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가스요금 감면폭도 9000~3만6000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산업부가 추가로 내놓은 대책에서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당초 단가보다 2배 추가 인상하고, 가스요금 할인액도 역시 2배 인상된 1만8000∼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이었던 소폭 인상안이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를 두고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은 국민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므로 취약계층은 당연하고 그 이상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며, 대책 수립과 동시에 우선적으로 조속히 실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기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추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가파른 공공요금 인상이 민간의 가격인상을 자극하면 그동안의 물가대책이 수포로 돌아가고 고금리의 고통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요금 인상이 정말로 불가피하다면, 가격과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해온데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 민간과 월급쟁이에 부담을 떠넘기는 대응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없다면, 난방비 폭탄의 여파는 더욱 확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