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확대를 추진하자, 무역보험공사 노조 측이 역할 중복에 따른 무역금융 위축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의 시발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9일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부터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시행령 개정안은 국내 기업의 수출 및 해외 수주 시 현지통화금융이 필요한 거래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이 대출 연계 없이 대외채무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다. 

현행 법령상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은 수출입은행의 대출과 연계하는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해외 법인이 국내 물품을 수입하면서 구매 대금을 국내외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을 경우 그 채무를 보증하는 제도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이 연간 보증할 수 있는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무역보험법에 따른 보험으로 연간 인수하는 총금액의 50%로 확대한다. 현행 35%에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규모가 연평균 1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같은 업무를 하던 무역보험공사의 수출 중소기업 금융지원 기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보 노조는 “수출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부 유출과 불필요한 정책 금융기능 중복을 야기하는 개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무보의 보증 역할 약화, 중소기업 지원여력 축소로 이어지나=수은과 무보는 두 기관 모두 수출정책 금융기관이다. 기재부 소관인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산자부 산하인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양 기관 사이 업무 범위를 놓고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업무 중복 등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부처·기관 간 충분한 협의와 정부 주도의 협의체 마련·활성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무보의 이익은 중장기수출보험에서 창출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은 2조7359억원의 이익이 났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만 보증하는 수출신용보증에서는 92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고서는 “무보의 이익 대부분이 중장기수출보험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만 보증할 수 있는 수출신용보증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는 무보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무보 노조는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 의견서에서, “중장기 수주 지원 보험료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의 업무 구조”를 지적하며, 수은과 무보의 역할 중복이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무보의 지원 여력을 축소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수출 생태계의 저변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업무 중복에 갈등 지속 가능성, 커다란 변경은 어려울 것”=이에 대해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차상진 변호사는 “수은법 개정안 내용은 무보와 수은 간 업무범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사항”이라면서도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에는 무보와 수은의 업무가 중복될 것으로 예상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차 변호사는 무보 노조 측의 수은법 개정안 철회서 제출과 관련해선 정부의 수용여부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뒀다. “노조가 제출한 의견의 내용도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지만 이미 검토해본 내용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경쟁 또는 지원효과 확대’와 ‘집중을 통한 비용절감’ 중 무엇이 보다 더 국민에게 효율적인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현재로서는 커다란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