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33조원에 가까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뒀다. 2021년보다 21.1%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일곱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21년 12월 예대금리차가 2.21%p에서 지난해 12월엔 2.55%p로 0.34%p 늘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더니 가계와 기업은 부채 폭탄을 맞고, 은행들은 역대급 수익을 낸 셈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증가한 이자수익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하고 희망퇴직비용을 막대하게 지출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자, 고금리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들과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시중은행들은 기본급의 200~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희망퇴직자들에게는 6~7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산업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은행이 비용을 줄이면서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는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역대급 수익을 벌어들여 돈잔치를 하는 사이,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0.16%에서 12월 0.19%로 늘었다. 주요 카드사의 연체율은 금리인상후 1% 대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3%에서 0.28%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18%에서 0.24%로 상승했다. 가계대출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연체 폭탄이 언제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더니 가계와 기업은 부채 폭탄을 맞고, 은행들은 역대급 수익을 내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왔던 횡재세 도입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해 정유사와 은행의 초과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성만 의원은 지난해 8월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지난 1월 횡재세로 걷은 세금을 난방비용이 큰 취약계층에 지원한다는 내용의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진보당에서도 최근 논평을 통해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 지원으로 성장한 은행들이 정작 국민이 고금리에 시달릴 때 고통 분담은 커녕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은 공정도 상식도 아니라며, 횡재세 도입으로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민을 위한 금융복지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코로나 특수를 누린 소수 재벌대기업과 슈퍼부자들의 몫을 다수 국민과 나누자는 민주당의 횡재세 제안에 국민 과반이 찬성하지만, 정부여당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며, 횡재세 입법을 촉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은 횡재세 도입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어, 횡재세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은행이 공공재의 역할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은행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의 영향이 있다”고 했다. 국민들의 고통 위에서 최대 수익을 내고 이를 독점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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