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계층에 대해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확대”

소상공인들이 난방비 폭탄 부담에 못 이겨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요금 분할납부가 전부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끝난 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물가·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방향’에 담긴 내용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분할납부를 적용 중인데, 이를 소상공인 등 신청 가구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이 이게 전부라는 것은 무척 의외다. 

이마저도 즉시 시행이 아니다. 한전과 도시가스사업자의 요금시스템 마련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올해 7월부터, 가스요금은 올해 12월에나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전기나 가스요금의 분할납부 자체는 필요한 일이다. 또, “향후 전기, 가스 요금은 서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향성 역시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확대 등이 발표됐지만 대상에 소상공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의외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자체 진행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소상공인들이 “전년동월대비 매출은 85.1%가 감소했음에도, 같은 기간 난방비는 96.9%가 증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난방비 폭탄으로 시름이 큰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정부에서 현실과 정책의 엇박자를 빗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대란과 관련해 에너지 지원금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넓힐 것을 지시”해 난방비 부담을 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국회에 출석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과 소상공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실에 대한 입장이다.

난방비 대책에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생계비 부담 완화방안도 발표했는데, 소상공인 관련 내용은 지나치게 협소하거나 종전 대책의 반복에 그치고 있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과 전기화물차 구매보조금을 높이는 것은 좋은 방안이지만, 대상이 특정돼 있어 보편적인 생계비 대책이라 보기는 어렵다. 

지역신보 보증한도를 2조원 상향 조정하고, 소상공인진흥기금 정책자금(3조원)을 상반기에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것은 기존 대책의 연장선이어서 새롭거나 강력한 대책이 아니다. 

부득이한 폐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등으로 재기지원을 뒷받침하겠다면서 30조원이라는 규모를 강조했는데, 이또한 최근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무소속 양정숙 국회의원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최대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입을 목표로 했으나, 2023년 1월말 기준으로 2.54조원을 매입해 목표치의 8.47%에 그치고 있다. 양 의원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채무조정 수단으로 활용을 거의 하지 않아서 시장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새출발기금을 비판했다. 

소상공인들의 내수위축·비용증가·채무부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터다. 정부 스스로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전망BSI 등을 근거로, 소상공인들이 어느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소상공인 난방비 지원책이 분할납부 수준에 그치고 이마저도 다음 겨울에나 시행한다고 하며, 금융지원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은 대책의 반복이라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해서는 정부가 진정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