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가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정부의 진단이 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일 “반도체 경기의 반등이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추 부총리는 “어제 발표된 2월 수출과 무역수지를 보면 세계경제와 우리경제 모두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라면서, 첫 번째 원인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앞서 1일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월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주요국 수입수요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반도체 경기 부진이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역적자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환율불안과 에너지 가격 폭등이 주된 원인이었는데, 최근에는 수출마저 감소해 상황 반전이 더욱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2월 반도체 수출 44억 달러 감소…전체 수출감소보다 커=2월 들어 수출은 501.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542억달러)보다 7.5%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줄어들었다. 

수입은 554.0억달러로 3.6%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5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월의 126.5억달러보다는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시작된 무역적자는 12개월 연속을 기록했다. 

주요 품목 중에서 자동차·이차전지·석유제품·일반기계 등은 수출이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이차전지 수출은 2월 중 최고실적을 기록했으며, 일반기계 수출 역시 13.0% 늘어 증가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전체 수출이 여전히 감소한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IT품목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2월에 비해 44억달러(42.5%)가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수출감소 액수인 -41억달러보다 더 큰 폭이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40.9%)·컴퓨터(-66.4%) 등을 포함한 IT품목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동시에, 유화(-18.3%)·철강(-9.8%) 등 중간재 수출도 지난해 2월에 비해 감소했다. 

◇대표주자 반도체·대중수출 동반 부진=금액기준으로 수출비중 1위인 반도체의 수출감소는 지난해 8월 시작돼 올해 2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29%대를 기록한 감소폭이, 올해 1월과 2월에는 -40%대로 더욱 커졌다. 

주된 원인은 수출비중이 큰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수요약세, 재고누적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실제로 D램 고정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4월사이 3.41달러였으나, 지난해 10~12월에는 2.21달러까지 떨어졌고 올해 1~2월에는 1.81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고정가 역시 지난해 1~5월 4.81달러에서 올해 2월 현재 4.14달러로 줄어들었다.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는 최대 수출지역인 대 중국수출 부진과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다. 

2월 들어 대중수출은 지난해 2월보다 -24.2%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대중수출 감소가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는 “세계경기 둔화로 중국의 대세계 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무선통신을 제외한 다수 품목 대중수출이 감소”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2월 들어 25일까지 반도체의 대중수출은 1년 전보다 -39.0%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43.5%), 유화(-29.5%) 등의 감소폭도 컸다. 

특히 대중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 -35.6%에서 12월(-36.8%)과 올해 1월(-46.2%) 연거푸 감소폭이 커졌고, 2월에도 -39.0%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을 통해 올해 수출을 지난해보다 14억달러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올해 수출 플러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부처가 원팀이 되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목표 달성이 반도체 경기 반등 여하에 달린 모습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