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도입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계속된 목소리인데, 최근에는 방향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물가대응 실패가 횡재세 논란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소득양극화 해소 및 민생안정을 위해 횡재세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는 2023년 세법개정 건의서를 3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기나 물가급등기에 이익이 크게 늘어난 특정 업종이나 대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 혹은 초과이익공유세를 부과하자는 안이다.
근거로는 “횡재세는 EU(유럽연합)와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역시 횡재세로 확보된 재원을 취약계층, 영세중소기업 등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들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9월 2018년 이후 20% 이상 이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20% 초과분 이익에 최소 33% 세율을 적용하는 횡재세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가 이익이 급증한 에너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1년 전에 비해 0.2%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이 5.1%에 달하면서,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이한 점은,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국민물가수당을 편성해 주거와 교육, 교통 등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 1월 횡재세 도입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난방비 폭등에 따른 민생고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기름값 폭등의 대책으로 정유사의 초과이익에 과세하는 횡재세를 거둬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류세 인하에도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물가부담을 완화하지 못한 것을 두고, 소비자에게 직접 환급하는 것이 더 낫다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횡재세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물가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횡재세 도입 주장에 오히려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최근의 물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거듭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1년 전에 비해 0.2%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이 5.1%에 달하면서, 치솟은 물가를 임금이 따라잡지 못해 실질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외식물가나 난방비·전기요금 등 체감이 크게 되는 물가항목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일이다.
올해 들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반영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반등한 것이다. 지난해 11~12월 5.0%로 내려온 물가상승률은 1월 들어 5.2%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지만, 1년새 30% 이상 크게 늘어난 가스요금에 사용량 증가까지 겹치면서 월 난방비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뒤늦게나마 올해 예정된 전기와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지만, 정부는 이 밖에 추가대책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중산층 난방비 지원은 립서비스일 뿐이었고, 소상공인들의 난방비 대책 요구에는 분할납부와 같은 소극적인 방안만 내놓았다. 물가 상황을 앞서가는 대책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국민들의 요구를 뒤쫒는 데도 미진한 모습이다.
정부가 정녕 횡재세 도입을 반대하겠다면, 제대로된 실효성 있는 물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횡재세 도입을 통해 물가 고통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앞으로도 반복해서 나올 것이다. 또,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서 횡재세 반대만 외친다면, 정부가 민생경제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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