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소유 본능을 자극하는 콜라보레이션

1962년에 사망한 마릴린 몬로라는 실체는 여러가지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된다. 몬드리안의 회화 또한 패션, 영상, 광고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마돈나는 마릴린 몬로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카피하고, 섹시 아이콘 이효리는 보티첼리의 20세기 비너스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하지만 하루하루 재편성되는 시각적 자극만으로 10대들에게 텍스트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진부한 행위로 보인다. 오히려 급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디자인에 있어서는 오리지널리티를 HOW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무라카미다카시와 콜라보레이션-루이비통<사진=루이비통>

콜라보레이션은 예술가와 브랜드의 만남뿐만이 아니라 브랜드와 브랜드가 협업하는 사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는 코카콜라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막대사탕으로 잘 알려진 츄파춥스도 자라, 유니클로, 세포라와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다.

이렇듯 Limited edition이란 이름으로 한정판매 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은 아트와 마케팅이란 다소 생소한 결합으로 비즈니스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흥미롭다’, ‘예쁘다’, ‘가지고 싶다’, ‘특별해질 것 같다’, ‘빨리 구매해야한다’ 라는 인간의 소유 본능을 완벽하게 자극하고 있다.

그렇지만 헤어스프레이 위에 그려져 있는 몬드리안의 순수기하형태가 순수함이나 숭고함에 준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야요이 쿠사마의 삶의 궤적이자 의미 자체인 점(dot)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에 프린트되었을 때, 그 점은 그저 기표로서 떠돌게 된다. 예술을 빌려왔지만, 그 예술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 도상해석학의 문제다.

도상해석학적 접근

  ©비자트

도상해석학은 크게 전 도상학적 기술, 도상학적 분석, 도상해석학적 해석으로 나뉜다. 전 도상학적 기술에서는 예술적 모티브의 세계를 사실적 층위, 표현적 층위로 구성한다. 도상학적 분석에서는 이차적 또는 관습적 주제, 이미지, 이야기, 알레고리의 세계로 구성되며 마지막 도상해석학적 해석에서는 본래 의미 또는 의미 내용이라는 ‘상징’ 가치의 세계로 구성된다. 이를 다시 돌려 생각해보면 결국 도상해석학은 형식상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려 하기보다 그림 안의 콘텐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현대적 관점에선 디자인 안에 혹은 영상 안에 ‘내러티브’를 설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디자인에서 도상해석학이 중요한 것은 결국 표피적인 스타일의 변화는 어느 정도의 미적 센스만 있으면 하루 아침에라도 복사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의미적인 부분에 있어 오리지널리티는 복사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표(style)는 비슷할 수 있으나, 기의(의미)-철학, 아이디어-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진정한 작품의 가치를 알려면 이 의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감동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색, 면을 주제로 한 그림이 있다고 할 때 어떤 작품에서는 감동을 느끼고, 어떤 그림은 그냥 시답지 않은 것으로 지나치는 것 역시 의미의 문제로 귀결된다. 예술성이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어떠한 개념에 대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와 정신세계가 표현의 문제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인 것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주는 이미지의 반복과 화려함은 “이미지를 지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주고 그 콘텐츠를 이해함으로써 감상의 재미와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해주는 기능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다소 과장된 걱정을 해본다. 텍스트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미지의 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도록 교육시키는 것은 우리들의 중요한 숙제로 남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미지가 상징하고 비유하고 은유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러한 의미 해석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지적 능력은 오랜 기간의 숙련을 통한 통찰력으로 밖에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주는 이미지의 특별함은 굉장함 무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의미 발견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는 디자이너만이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능가할 오리지널 아이콘도 생성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숭의여대 시각디자인과 김도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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