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등과 관련해, “국내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및 4대 공적연금, KIC(한국투자공사),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관계기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SVB 사태와 관련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미국 재무부·연준 등의 주요 조치사항에 대해 점검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폐쇄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자 각국 정부가 신속히 시장안정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SVB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되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미국 재무부·연준·연방예금보험공사가 지난 주말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조치를 긴급 발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SVB의 해외지점들이 위치해 있는 여타 국가들도 대응에 나섰다. 

영국 재무부는 HSBC가 실리콘밸리 은행 영국지점을 인수함에 따라 모든 은행 서비스가 정상 가동된다고 발표하는 한편, 스타트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도 강구중이다. 캐나다·이스라엘·인도 정부 등도 유사한 방안을 강구중에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 사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부문의 금융불안이 불거져 나온 경우로 현 시점에서 동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산·부채 구조가 실리콘밸리 은행과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은행 파산이란 상황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떠오른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미국 Silicon Valley Bank 폐쇄 배경 및 영향’ 보고서에서, “아직까지 과거 리먼사태와 같은 은행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각은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주요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큰 폭 강화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리먼은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 총자산이 6400억 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이번에 파산한 SVB는 미국 내 16위 수준이며, 자산이 리먼의 3분의 1 규모다. 비교적 큰 은행이지만 리먼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란 의미다. 

보고서는 SVB의 파산이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고객의 대규모 예금인출 ▲직전 가상화폐 전문은행 파산 영향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 등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SVB는 금리 인상의 여파로 채권자산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스타트업과 밴처캐피탈 등이 대규모 예금인출에 나섰고, 가상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의 파산까지 겹치면서 뱅크런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번 SVB 사태에서 보듯이 ▲단기간내 급속히 상승한 금리환경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잠재적 손실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한 SVB만의 문제가 아닌 비슷한 입장에 처한 중소은행들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리먼사태에서도 글로벌 은행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된 데는 당시 취약한 재무상황도 문제였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가 작용했음”을 감안할 때, “향후 은행권 전반에 대한 신뢰도 변화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