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의 주식을 지난 2일 취득함으로써 3년간 진행된 저축은행업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등 9개 저축은행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총 3차에 걸쳐 20곳, 이어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10곳 등 모두 30개의 저축은행을 정리했다. 이에따라 2010년말 105개였던 저축은행은 올 5월말 현재 87개로 줄었다.

금융위는 구조조정이후 1~2년 남짓 지났고 영업침체 및 부실잔존 등 구조조정 여진이 남아 성과를 논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지만,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고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전기는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저축은행이 제 갈길을 찾았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일부 저축은행에 국한돼 있다지만,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전국적인 신용대출 영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부업체와 맞먹는 고금리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저축은행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일러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회사별 신용대출 취급 평균금리는 은행의 경우 6.87%에 그쳤지만, 저축은행은 무려 33.0%로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22.9%보다 10%포인트이상 높았고 ‘고리’의 상징인 대부업체 금리 34.6%와 비슷했다. 신용리스크가 있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집중됐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저축은행을 포함 은행, 상호금융, 신용카드, 캐피탈, 대부업 등의 7등급 평균금리가 21.7%, 10등급 22.8%임을 고려하면 높아도 너무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럴바에야 그럴싸하게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 포장할 게 아니라 대부업체로 분류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포장만 그럴듯하고 소비자들을 대부업으로 내몬 꼴이다. 결국 지역 중심, 서민 중심 금융기관에서 벗어나, 전국을 누비며 대출받기 곤란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여 서민금융기관과 거리가 먼 부실채권(NPL) 투자, 대부업 대출업무 비중 확대 등 위험자산 투자도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지만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저축은행을 불안하게 판단하게끔 만드는 요소다.

금융위 스스로가 밝혔듯, 이런 모습의 저축은행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본질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저축은행업계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간의 부실과 그 원인을 털어내고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제자리를 찾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지역·서민’이라는 키워드를 잃고 제 갈길 못 찾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지금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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