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주 69시간과 60시간의 상한선을 놓고 불과 2주 사이에 세 차례나 말을 바꿨다. 고용노동부의 정책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말, 대통령실의 해명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습니다.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52시간제를 허무는 정책은 지속 추진하지만, 상한선은 고용노동부 안인 69시간보다 낮은 60시간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인 20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발언과 관련해 “60시간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그 이상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주, 윤 대통령은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주 69시간제 보완을 지시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설명을 들으면 도대체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강행하겠다는 것이 이젠 짐작도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한선을 놓고 보완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였다. 

메시지가 계속 뒤집히면서,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까지 한 근로시간 개편안의 상한선을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의 1주 최대 상한선은 주 69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 이후, 상한선이 주 60시간으로 변경되는 선에서 정부안이 완성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나서서 대통령의 발언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며 상한선을 60시간 이상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명한뒤, 하루 만에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재차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발언하면서 엇갈린 메시지가 반복해서 나왔다. 찬반 여부를 떠나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하태경 “원보이스로 일관된 입장을 발표해야”=잇따른 논란에 국민의힘 하태경 국회의원은 “굉장히 부드럽지 않고 아마추어 같고 이런 모습”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국무회의 전인 2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하태경 의원은 “지금 대통령실 반응을 보면 최종적인 입장을 확실히 정해가지고 원보이스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지금 원보이스가 아니라 투보이스 이렇게 나오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최종 입장을 정리해서 원보이스로 일관된 입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의 확산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이야기한 거를 2030세대들은 지금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렇게 받아들인 것 같다. 69시간 돈 안 받고 더 일해라, 이렇게 받아들이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명확하게 정부가 입장표명을 안 했고 그리고 휴가를 확실히 보장해 주겠다, 여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이렇게 입장과 정책이 나갔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온갖 오해거리가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장시간 압축노동 피할 수 없어”=메시지 혼선과 별개로 노동계는 주 60시간 역시 길고, 근로시간 개편 방안 중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연장 시간 정산을 주간이 아닌 월간, 분기, 반기, 연간으로 환산하면 노동시간 총량이 유지되거나 줄 수는 있어도 고강도의 장시간 압축노동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가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과정에서 깨지는 생체의 리듬은 결국 사고와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데 한해 500명 이상이 과로사로 죽는 현실을 통해 배우는 것이 정녕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입에 닳도록 얘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언지 답을 요구한다”며,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의 노동시간과 노동권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바꾸기는커녕 주당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으로, 공장법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1850대의 영국으로 되돌리는 퇴행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