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여당과의 협의과정에서 결정이 연기됐다. 인상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에너지요금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중산층 지원 지시가 공수표가 돼 버린 마당에, 후속대책이 제대로 마련될 지도 알 수가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당정 협의 이후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한편,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원가 이하의 에너지요금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 악화 및 안정적 에너지 공급기반 위협,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에너지요금의 인상은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문제는 먼저 국민부담 최소화라는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지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지난 4일 간담회를 개최하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간담회에는 에너지 사용자 측을 대표해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상공인연합회가 참여해, 거듭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부담이 더 심해질 것이란 호소에는 근거가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동절기 난방비 급등 사태 진단과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스요금의 추가 인상이 없이 현 수준으로 동결될 경우를 가정해도, 주택(난방)용 도시가스 가구당 연평균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2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올해 1월 이미 한차례 인상됐는데, 추가 인상이 없을 경우에도 가구당 연평균 지출액이 약 1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중 한 차례 추가로 요금 인상이 있을 경우, 가스는 가구당 부담이 30.4%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 역시 가구당 연평균 지출이 23.5%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에너지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에너지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우선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앞선 보고서에서도 “생계유지가 곤란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냉·난방비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지속 발굴·해소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요금 인상에 따른 대책마련에 충실했느냐다. 지난 1월말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수차례 당정협의를 진행했다고만 할 뿐, 실제로 지원방안을 마련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재부와 산업부가 난색을 표하고 여당도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간만 2개월이 흘렀고, 결국 대통령의 중산층 지원 지시는 공수표가 돼버렸다.

이러고서 전기·가스요금을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하니, 지난 겨울 난방비 급증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의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포함해 각계각층에 실효성 있는 부담 완화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채, 립서비스만 내놓아 신뢰를 잃은 결과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중산층 지원 지시가 유야무야된채 2개월이 흐른 경위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사과와 함께 각계각층의 에너지요금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 없이 에너지요금을 인상한다면, 가뜩이나 힘든 민생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야기될 것이라는데 유념해야 한다. 공수표 남발이 아닌 실효성 있는 진짜 대책이 시급한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