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경영안정자금 대출 등 고금리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10곳 중 6곳은 지원 제도를 알지 못해 활용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초 사이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응답기업의 60.7%는 고금리 지원대책에 대해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알고 있는데도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기업은 16.0%,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은 17.3%였다. 반면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은 6.0%에 그쳤다.  

지원대책 효과가 낮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지원대상이 제한적이란 응답이 35.5%에 달했다. 이 밖에 지원대책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많다(28.7%)거나,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깝다(28.4%)는 인식과, 시장수요에 비해 지원규모가 작다(19.9%)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고금리 지원책 활용이 저조한 이유가 기업들의 상황이 좋아서라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3%로 올라선 뒤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상의 조사에서 수익실현을 위해 기업이 감내가능한 기준금리 수준이 2.91%로 조사됐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0.6%p 더 높다. 3%대 기준금리 지속은 2012년 이후 10년만이고, 3.5%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4곳 중 1곳 적자전환…고금리 부담 가중=응답기업의 24.3%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도 11.0%에 달했다. 31.0%는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 수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9.3%였으며, 어려움 없거나 자금사정이 개선됐다는 기업은 각각 12.7%와 1.7%에 불과했다. 

고금리 부담에 긴축경영을 시행 중이라는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20.2%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해 비상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71.0%에 달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9.0%였다.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긴축경영 조치(중복응답)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의 순이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 기조의 전환(58.7%)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이었다. 

◇시장 전망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우세=기업들의 금리부담 심화는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는 1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의 전망은 금리동결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말부터 4월초 사이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51개 기관 100명 대상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4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상할 것이란 전망은 17%였다. 인상폭에 대해서는 0.25%p라는 답변이 15%, 0.5%p와 0.75%p가 각각 1%였다. 

직전 조사에서는 동결 전망이 66%, 인상 전망이 34%였으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바 있다. 

금투협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며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물가 둔화세가 가시화되며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