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하기로 했다. 금리인상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금통위는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인상이 없더라도, 금리인하로 빠른 시일 내에 전환하지는 않을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이유로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을 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경기 하방위험 커져=금통위는 최근 경제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면이라는 판단을 다양한 지점에서 내렸다.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고 봤다. 

미 달러화는 3월 초까지 강세를 나타내다가 금융불안 영향으로 미 연준의 긴축 기대가 약화되면서 약세를 보였고,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 3월 중순 이후 큰 폭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금융부문의 리스크 상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중국경제의 회복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성장세 둔화에도 긴축 유지하는 이유…물가=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경기둔화와 부진한 성장세를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가 문제여서, 긴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소비가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수출이 IT 경기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또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면서도 “경기 둔화로 취업자수 증가폭 축소가 이어졌다”고 했다. 

금통위는 향후 국내경제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부진이 현실화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는 3월중 상승률이 4.2%를 기록하며 2월(4.8%)에 비해 상승폭이 줄었다.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그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것이 원인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더딘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지난 전망치(올해 중 3.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세를 점검하겠다는 표현에서 경기둔화에 우려를 읽을 수 있지만, 아직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준은 5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