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무역수지는 여러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해외 주재 재정경제금융관들과의 회의자리에서, 무역수지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에 따라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중단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리오프닝’을 하면, 한국의 수출도 개선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자 폭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3월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가 478억 달러였는데, 올해 들어 3개월만에 지난해의 절반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대중 무역수지 흐름을 보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까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리오프닝 효과가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경영실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까지 확산되고 있다. 

◇1분기 대중 무역적자, 지난해보다 늘어=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 대해 “최근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중 수출은 지난해 4월 중국이 주요 대도시를 대상으로 봉쇄를 단행하면서 급격히 둔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IT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대중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23.5%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39.6%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반도체 수출 감소가 컸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4분기 –31.7%에서 올해 1분기 –44.5%를 기록했다. 1년 새 절반 가까이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IT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지난해 4분기 –22.3%에 이어 올해 1분기 –19.1%로 수출 부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보고서는 “춘절 이후인 2~3월 중에는 경기민감 품목인 기계 철강 등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대중 수입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하다가, 최근 원자재 수입이 늘면서 수출에 비해 빠르게 반등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니, 오랜 기간 흑자를 유지해온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수지는 78.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적자인데다, 지난해 4분기(26.2억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 회복까지 지연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는 지난해 4분기 24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중 3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리오프닝의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리오프닝 이후 수입의존도가 낮은 음식 숙박 등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는 반면 휴대폰,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는 감소하면서 관련 최종재 및 중간재 수입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내 제조업 재고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점”으로 인해 중간재 수입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중국의 수입수요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앞으로 대중 수출은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IT경기 부진 완화, 중국 내 재고 조정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중국 리오프닝 효과 기대 낮아진다=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440개 수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0.8%는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긍정적 효과를 예상한 기업은 38.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54.4%는 경영실적에 영향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일 것으로 본 원인으로는 대중국 수출 증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54.7%)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기업도 34.1%에 달했다.

중국 리오프닝을 우리기업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한중 관계 개선(32.0%)과 미중 갈등과 같은 대중국사업 불확실성 해소(30.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