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오래된 게임 ‘슈퍼 마리오’의 영화 버전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외계 종족과 싸워 죽임을 당할 때마다, 감쪽같이 환생해 전장에 도착하는 순간으로 되돌아온다. 수백, 수천번일지 모를 죽음과 동일한 시간대의 삶을 반복하며 하나씩 하나씩 ‘장애물’을 넘는 학습효과를 얻고, 결국 ‘외계 종족 섬멸’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임무 완수’ 사인을 받아든다.
최근 2차례에 걸친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를 보면서 이 영화, 혹은 게임이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특히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부터는 “이번엔 또 어떤 후보자?”라며 지레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한 번 겪은 실수, 혹은 실패를 두 번 세 번 똑같이 강요당하면 ‘지루하고’ 심지어는 ‘자조적인’ 느낌마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혹은 게임과 우리 현실이 다른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같은 상황은 ‘반복되지 않는다’. 시점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면서 기억조차 ‘리셋’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이 상황은 늘 ‘새로운’ 상황이다. 등장인물들은 같은 장면을 들여다보며 지루할 이유도, 주인공의 실패로 죽임을 당하거나 분노할 이유도 없다. 그저 톰 크루즈 혼자 죽어라고 ‘같은 상황을 다르게’ 대처할 뿐이다.
톰 크루즈가 동선과 발자국 수까지 계산해가며 조금씩 전진의 폭을 넓혀간 점이나, 게임하는 사람이 ‘실패DB’를 이용해 조금씩 생존기간을 늘려나가는 것도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안대희 후보자에서 문창극 후보자로 옮겨 가면서 기존의 단점이 상쇄됐다는 인상을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를테면, ‘레벨 4’까지는 문제 없이 전진하던 슈퍼 마리오가 난 데 없이 ‘레벨 1’에서부터 덥석 지뢰를 밟아버리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로 정홍원’으로 귀결되면서 현실은 영화나 게임과는 영영 작별을 고한다. 영화나 게임으로 치자면 ‘외계 종족 섬멸’이나 ‘목적지 도달’이 아닌 ‘옷 세 번 갈아입고 제자리 뛰기’ 정도가 목표였던 셈이다. 아니면 애초부터 완수해야 할 임무 같은 것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나 TV 너무 많이 보면 안좋다’던 예전 어른들 말씀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게 두달이 넘는 현실의 세월이 속절도 없이 흘러가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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