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frying’, 91×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세상에는 화가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있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본질적 의미는 각기 다를 것이며, 화가로서의 성공 기준 역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시각으로 성공한 화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너무나 낮다. 그럼에도 그림이 주는 정신적 가치마저 상실한다면 화가로서의 삶 자체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냥 좋아서 그린다는 것이 많은 화가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공통적 이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에겐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중년의 나이를 지나면서 오랜 시간 깊이 생각해 왔던 내 삶의 화두였다. 오랜 세월을 전업 작가로서 그림 그리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다는 것은 뒤돌아보면 실로 무서운 시간이었음을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그 열정도 이제는 그다지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깊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무력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몇 가지의 이유를 생각해본다.

세상에는 훌륭한 화가가 너무나 많다.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순수하지 못한 타협이 싫어질 때도 많다.

이제 미술시장을 통해서 충당해야 할 그다지 많은 물질도 필요치 않다.

또한 내 스스로에게 가하게 되는 부족한 자질에 대한 채찍질과 자괴감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자유는 빈둥거림이 더 나답다는 생각으로부터 그다지 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Sweet home’, 61×61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무기력한 시간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일상의 본질은 공허와 무기력에서 출발하지만 곧 작은 희망을 내면으로 키우며 묵묵히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받지 않는 고독한 단독자의 삶은 언제나 낯설지 않았다. 그래도 그림이 떠나지 않는 시간이 되면 짧은 그림이라도 일기를 쓰듯 그려서 매일 거울을 보듯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독에 길들여진 시간이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낮은 마음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 낮아진 마음으로 잠시 내가 잊고 살아온 작고 순수한 열정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림은 나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리라. (작가노트, 정리= 중기이코노미 객원 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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