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집주인 가구가 최대 8만8000가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6월)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전세계약의 집주인인 임대가구 116.7만가구 중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이 4.1~7.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 숫자로 보면 4.8만가구에서 8.8만가구 가량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전세보증금 반환 자금의 부족은 임대가구의 경우 부채 증가 및 순자산 축소로, 임차가구의 경우 보증금 손실 가능성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차입은 임차인이 반환된 보증금액의 상당 부분을 기존 전세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가계자산 축소와 금융부채 상환위험 증가로 이어졌다.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말 4.4억원에서 2023년 3월말 3.9억원으로 약 0.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 가구의 비중도 2012년말 2.7%에서 올해 3월 현재 5.0%로 확대됐다.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으면서(DSR이 40% 초과),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DTA가 100% 초과) 위험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DSR이 30%를 넘고 DTA는 75%를 넘어선 가구 역시 같은 기간 6.4%에서 11.4%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보유 주택을 임대한 가구의 경우 주택 매매가격 하락에 따른 순자산 축소에 더해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반환부담이 증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세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중위 전세가격은 2023년 1분기 361.6만원으로, 고점(21년 4분기 414.0만원)보다 1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소형 이하(60㎡ 이하)보다는 중소형(60~85㎡) 이상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소형 이하 아파트의 경우 고점 대비 전세가격 하락폭이 5.4%(425.3만원 →402.1만원)인데 반해, 중소형 및 대형 이상(85㎡ 초과) 아파트의 경우 각각 15.7%(418.7만원 →353.0만원), 13.0%(454.3만원 →395.2만원) 하락했다. 

특히 2022년말 이후 중소형 이상 규모에서 중위 전세가격이 2년전 가격을 밑돌면서, 임대가구들이 신규 전세보증금만으로는 기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졌다. 보고서는 “이는 임차가구 입장에서 만기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전세가격 하락에 더해 전세 주거수요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이 더욱 증대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중 모든 규모에서 전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세전환이 용이한 초소형 주택(-22.2%)과 전세보증금 조달 규모가 큰 대형 주택(-23.3%)의 거래량이 더 큰 폭 감소했다.

향후 전세가격이 2023년 3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전세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2023년중 연간 24.2조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전세보증금(288.8조원)의 약 8.4% 수준이다. 시점별로는 올해 4분기까지 차액규모가 증가하다가 이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임차가구의 경우 보증금 손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전세시장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 대한 대책과는 별개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방안 마련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