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가 급증하면서 플랫폼 일자리가 전통적인 일자리 구인난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2일 발표한 ‘플랫폼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배달라이더에 가려진 플랫폼노동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가 신규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상회한다는 점”을 근거로, 플랫폼 노동 확산을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2020년 1분기 감소한 총 종사자 수가 같은 기간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이동한 종사자 수를 웃돌았다. 

전업 배달라이더 2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도출됐다. 35세 이상 응답자 98%, 25~34세 58.3%가 배달 플랫폼로 진입하기 전에 전통적인 산업에 종사했다고 답했다. 

배달라이더의 종전 일자리는 직종으로는 판매영업직(37.0%)이 가장 많았고, 업종으로 구분하면 도소매업(31.5%)과 숙박·음식점업(22.1%)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해당 직종·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사라짐이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짚었다. 

배달대행업 이전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역시 폐업·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가 33.9%로 가장 많았다. 

배달대행업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소득이나 자유로운 시간활용 등 플랫폼 노동의 장점 때문에 플랫폼을 선택했다는 응답자의 70.2%가 미래에도 배달대행업을 지속하겠다고 답해, 비자발적인 유입(58.1%)에 비해 플랫폼 노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더 높았다. 

◇플랫폼 종사자 일자리 전환 정책수요 높아=보고서는 “플랫폼 일자리를 산업 일자리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운용”하면,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기변동·산업전환 등에 따라 산업 일자리가 감소할 때, 플랫폼을 징검다리 일자리로 활용”하면, 실업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활동인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산업인력 수요를 플랫폼으로 이동한 숙련 노동자로 충족하면, 구인 및 직업훈련 비용을 절감하고 빠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플랫폼 노동 고착에 따른 저숙련화를 방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산업과 플랫폼 간 유연한 노동이동이 필요”하며, 플랫폼 종사자를 산업인력관리 측면에서 접근해 정책적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플랫폼 노동이 초래하는 저숙련화를 예방하고 징검다리 일자리로의 순기능을 촉발하기 위한 전제는 플랫폼과 전통적인 산업 일자리 간 유연한 노동이동”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인력의 한 축으로 플랫폼 종사자를 조망하고 플랫폼 노동 지속경향성이 높은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이동을 유인하는 정책적 지원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같은 플랫폼 종사자의 일자리 전환 관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일자리 증가 전망을 바탕으로 시행 중인 플랫폼종사자 특화훈련과정은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은 플랫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수립됐으나, 코로나19 유행시기가 지나면서 배달대행 플랫폼의 이용 건수가 감소하는 등 일부 플랫폼의 일거리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 대상이 직업훈련을 통한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저숙련 직무로 구성돼 구직자가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플랫폼 종사자의 기대소득을 충족할 수 있는 산업 일자리 발굴과 소득 보전 프로그램 활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자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적정 임금을 제시할 수 있는 산업 일자리 발굴과 관련 구인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하고, 인력난이 심각한 산업이 제시할 수 있는 임금이 낮아 일자리 이동을 유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희망공제·일자리도약장려금과 같이 실질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적 지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