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상장을 시도한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480억원, 순이익 113억원을 시현했다. 그러나 당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46% 감소했다. 이 회사는 신청 직전 7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주요 매출처의 실적도 하락했다. 신모델 출시와 신규사업을 추진 중이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했고, 토지처분이익 등 비경상이익을 제외할 경우 당기 손익구조가 악화됐다. 이 회사는 결국 영업의 계속성을 인정받지 못해 상장에 실패했다.

반면 의류제조회사인 B사는 상장에 성공했다. B사 역시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2312억원, 순이익 136억원을 시현했으나, 심사 당해 연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판매단가도 하락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매출액 감소가 일시적이라고 인정받았다. 매출감소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며, 이미 상장돼 있는 경쟁업체에 비해 실적이 우수했다는 사실이 고려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을 위한 형식요건을 갖춘 뒤 상장을 시도한다. 하지만 형식요건을 충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질적요건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중기이코노미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코스피(유가증권시장)나 코스닥 상장은 눈에 보이는 형식요건 심사보다 질적요건 심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다양한 사실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질적심사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상장 준비에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상장은 득과 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부담과 효과를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상장희망기업을 위한 상장설명회’에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하종원 부장은 “상장에는 부담이 따르지만,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시도한다”며 상장의 득실을 설명했다.

상장을 하면 우선 상장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며, 공시책임이 따르고 사외이사와 감사도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조달이 원활해지고,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으며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등 혜택이 따른다.

상장사는 IPO(주식공개 상장)와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해 코스피에 신규상장한 기업 중 최소 공모금액은 160억원, 최대는 6223억원에 달했고 평균 공모금액은 2204억원이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는 최소가 42억원, 최대는 524억원이었으며 평균은 182억원이었다.

또 우수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1월 상장한 C사는 입사지원율이 25대1에서 70대1로 늘었으며, 지난해 12월 상장한 D사는 입사지원율이 40대1에서 350대1로 증가했다.

상장을 위해서는 대표주관회사를 선정해 정관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심사 결과에 따라 신규상장을 하게 된다. 심사는 서류 검토와 더불어 현지 심사 및 경영진 면담, 상장위원회 심의 등으로 이뤄진다.

상장을 위한 형식요건은 매출액과 자기자본, 이익 등으로 시장에 따라 다르다. 코스피의 경우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며 최근 3년평균 매출액이 7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자기자본은 300억원 이상이며 영업이익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은 일반기업과 벤처 및 이노비즈 기업, 기술성장기업의 상장요건이 각각 다르다.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질적 심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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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형식요건을 갖춘 뒤 상장을 시도한다. 하지만 형식요건을 충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질적요건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유준수 팀장에 따르면, 질적심사 기준은 크게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주식회사 속성 등으로 나뉜다.

기업 계속성의 경우 영업과 매출의 지속성, 수익성, 재무안정성, 경영환경 등을 심사한다. 앞서 예를 든 A사와 B사는 계속성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은 경우다.

경영 투명성의 경우 지배구조와 특수관계인 거래, 내부통제제도, 공시체계 등을 심사한다. 전문건설업체인 E사는 직전연도 매출액 1568억원, 순이익 118억원을 시현했다. 그러나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절차 없이 가지급금 11억원을 지급했고, 관련내용을 예비심사청구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또 최대주주가 개인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에 저리로 43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영업실적이 양호했지만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상장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경영 안정성의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고려 대상이다. 또 상장예비심사 신청 전 지분변경이 있었다면 이것이 적정했는지도 심사한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지분변동이 있었을 경우 경영의 안정성도 고려한다. 법적 성격의 경우 법인 설립과 주주의 권리·의무, 최고의사결정기관 등을 확인한다. 이익과 자본의 구분, 이익배당 등 운영방식도 따진다. 투자자 보호 및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상장 미승인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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