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2.5% 인상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19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급 206만740원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영향을 받을 인원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 65만명,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기준으로 334.7만명으로 추산된다. 임금근로자 중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영향률은 3.9~15.4%로 추정된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9620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40원, 2.5%가 인상된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은 2021년의 1.5%였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여름에 결정됐다. 

IMF 외환위기 발생 이후인 1998년에 결정된 1999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7%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의 순위가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 결정된 2010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보다 근소하게 높은 2.75%였다. 

최근의 최저임금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2년 5.05%와 2023년 5%로 인상된 바 있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의 경우 지난해 물가상승률 5.4%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감소라는 해석이 나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보다 1%p 낮다.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의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19일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며, “매번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노사간 힘겨루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현재의 방식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브리핑을 통해 “올해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며, “이는 실질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임금이 올라도 오른 게 아닌 게 돼버린 현실에서 제일 고통받는 것은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고위인사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중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확신에 찬 발언을 들먹이고, 그 발언이 결국 들어맞는걸 보면서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정하지도 자율적이지도 않고 독립성을 상실한 들러리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 편향 인사의 공익위원 자격문제, 노동자 위원에 대한 강제 해촉과 재위촉 거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 고위인사의 9800원 발언과 경사노위 위원장의 1만원 이하 최저임금 발언으로 정부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되고,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와 비혼단신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물가상승과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산입범위 확대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결정으로 소득불평등은 더욱 가속화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