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지난해보다 -90%로 크게 감소했다. 연간 경상수지가 2011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경상수지는 5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는 24.4억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적자를 면하긴 했지만, 흑자 폭은 지난해(248.7억 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토막이 났다.

올해 경상수지는 1월 -42.1억 달러의 적자로 시작했고, 2월과 4월에도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5월(19.3억 달러)에 이어 6월 연거푸 흑자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전체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수출입을 집계한 상품수지는 -34.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동안의 수출은 3108.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2.5%로 감소했다. 수입 역시 -5.9%를 기록했지만, 수출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상품수지가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상품수지가 213.9억 달러 흑자였던 것에 비하면, 상품수지 적자가 크게 나타났으며 주된 원인이 수출감소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상품수지 적자폭보다 무역수지 적자가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하기 때문에, 관세청이 통관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한 무역수지와 차이가 있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263.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지난해보다 -12.3%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6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전까지 2022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역대 두 번째의 기록이다. 최장기간 무역적자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으로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양쪽에서 수출감소가 뚜렷이 드러난 결과,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 경상수지가 크게 감소하면서 1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경상수지, 2011년 이후 최저치 전망=한국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경상수지는 -16억 달러 적자로, 상품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로 예상했다. 실제 상반기 경상수지를 보면 상품수지 적자 폭은 거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고, 경상수지는 예상보다 40억 달러 가량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하반기 추이다. 한은은 하반기에 상품수지가 233억 달러, 경상수지는 256억 달러 흑자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친 연간 경상수지는 240억 달러 흑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 298억 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 역시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2011년(166억 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1년(852억 달러)과 비교하면 -65%(-554억 달러)의 큰 폭 감소를 기록했다. 이렇게 낮은 경상수지 흑자가 1년만에 갱신될 것이란게 한은을 비롯해 기재부, KDI 등의 공통된 전망이다. 

물론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한다 해서 단기간에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 4월 펴낸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는 연간 160억 달러 흑자를 전망하며 한은보다 더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인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향후 경상수지 적자가 1~2년 발생하더라도, 순대외자산 감소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순대외자산이 크게 증가했고, 단기외채 비율도 낮아 단기자금의 대규모 유출이 우려되지도 않다는 진단이다. 

그렇다고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등의 급감이 긍정적인 신호일 리는 없다. 제조업 취업자가 상당기간 감소 중인데, 그 원인으로 수출감소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종 기관들의 전망대로 하반기에 수출이 살아난다면 일자리 위기와 같은 고통이 점차 해소되겠지만, 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일자리와 가계가 받을 고통은 더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