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000억원대의 빌트인 가구 담합 혐의에 대한 재판이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8곳의 업체 중 국내 1위인 한샘도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일명 ‘카르텔 형벌감면 지침’에 따라 한 업체의 자진신고를 받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검찰과 공정위에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기소 면제 처분을 받았다. 

앞의 검찰 지침이 적용되는 대상인 ‘카르텔(Cartel)’은 경쟁업체들 간 비밀협약으로 인한 가격 상승, 또는 정부 주도 규제조치로 인한 생산 감축 등을 뜻한다. 자원의 적절한 배분을 막고 경제적으로 불공정한 상태를 초래하지만, 궁극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카르텔을 ‘시장경제의 제1의 공적’이라 보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카르텔은 특성상 사업자들 간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자진신고자 책임감면제도다. 리니언시 제도(Leniency Program)라고도 불린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담합이나 카르텔 등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한 기업이 그 사실을 자진 신고할 경우 과징금과 징역 등 제재의 수준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최초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 및 시정조치 모두를 면제하고, 두 번째 신고자는 과징금 50% 감경과 임의적으로 시정조치도 감경해 준다. 또 조사 협조자의 경우 최초 협조자는 과징금 면제와 함께 시정조치를 감경 또는 면제해 주며, 두 번째 협조자에는 과징금 50% 감면과 임의적으로 시정조치를 감경 또는 면제해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 담합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했을 경우에 대한 타당성 논란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의 강요로 담합에 가담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자진신고를 하면 과징금을 면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제도는 대기업이 주로 1순위 신고자가 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대기업만 빠져나가고 중소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관련해서 전문가들 역시 법조항 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동의하지만, 제도 수정이나 폐지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윤섭 법무법인 형산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리니언시가 담합행위 이후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진신고 기업이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되어 일응 불합리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리니언시 제도가 폐지될 경우 자칫 담합 행위 적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법조항에 대한 수정 여부 역시 여러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에 개선이 돼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히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 변호사는 “다만 현재 리니언시 제도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 공정위는 신고 1순위 기업에게 형사고발 면제 및 과징금 100% 면제, 검찰은 불기소(기소면제)라는 혜택을 주고 있다”며, “여기서 나아가 1순위 기업에 대한 과징금 면제 비율을 조정하거나 불기소 처분 대신 2순위 기업 등에 대한 감경 구형 등으로 보완 및 개선을 검토하는 방향을 구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