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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염수가 한국 닿지 않아 수산물 먹지만” 수산물 시장 “미래가 걱정”…정부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도 효과 미미

기사입력2023-09-18 11: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1차 방류분 방출이 종료됐다. 하지만, 곧 2차 방류가 시작될 예정인데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내년 3월까지 4회에 걸쳐 총 3만1200톤을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오염수가 한국 해역에 닿지 않아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의 피해가 더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계획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면서도,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역대 최대 예산을 풀어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런 정부 노력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걱정했다.

수협강서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손님들의 70% 이상이 일본 오염수 방류 후 수산물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들고, 먹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가게에 온 대다수의 손님은 지금 당장은 오염수가 한국 해역에 닿지 않으니 먹는 것이며, 요즘처럼 정부 주도로 수산물 행사를 할 때 싸게 미리 먹겠다는 마음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통영중앙전통시장. 일본 오염수 방류 후에도 매출은 변함없다고 하지만, 상인들은 예전에 비해 손님들이 회를 사 먹기 꺼리는 분위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모든 품종 매일 검사한다지만…“분석 방법·기준 바뀐 건 없어”

지난달 24일 첫 방류 다음 날, 정부는 우리나라 남동, 남서, 제주 3개 해역의 총 15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기존 정밀분석 지점 92개에 더해 신속분석 지점 108개를 추가해 조사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1차 방류분이 종료된 11일에는 그동안 총 방류된 양(7763㎥)과 여기에 포함된 삼중수소 함유량[총 1조2440억 베크렐(Bq)]을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방류 기간 오염수와 바닷물이 희석되는 설비인 해수배관헤더에서 채취된 시료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42~220Bq 사이에서 유지돼, 배출 목표치인 리터당 1500Bq을 밑돌았다는 것이다. 또, 원전 부근 10km 이내 해역 14개 정점에서 채취된 시료를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방출 중단 판단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우리 수산물에 대한 안전관리 상황을 보고하며, 생산단계와 유통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가 전부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남 해역 7개 지점, 원근해 3개 지점의 시료 분석 결과, 세슘 함유량은 WHO 먹는 물 기준 대비 훨씬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모든 품종을 대상으로 매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 역시 정부의 이런 기조와 함께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농축수산과 수산자원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생산단계에서는 수산기술지원센터에서 하고 있고, 유통단계에서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는 모든 품종에 대해 하고 있다. 일례로, 소래구에 입판되는 수산물을 검사한다면 시료를 채취해 각 연구원의 정밀검사장비로 검출 기준에 따라 검사한다. 오염수 방류 이전에도 계속 검사는 해왔고, 14일 기준으로도 방류 이전과 이후로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수산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감마핵종분석기로 표본검사를 매일 실시하고 있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며, “만약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식약처에 바로 보고가 들어갈 것”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소래포구전통어시장 관계자 역시 “지자체에서 정부 입장과 동일하게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하지만, 막상 검사 방법이나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 오염수 방류 전과 방류 후에 변화된 건 없다. 우리나라의 방사능 분석기준이 원래 국제기준을 상회한다는 이유에서다. 단, 검사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수협강서수산물도매시장의 해산물, 갑각류, 활어류 매장 전경. 지난 주말 수산대축제를 열었음에도 매출이 눈에 띄지 않게 오르지 않아 속상하다며,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중기이코노미

인천광역시 수산기술지원센터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식약처에서 고시하는 식품공전에 따라서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며, “사실 우리나라는 애초부터 국제기준보다 훨씬 높은 기준으로 검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오염수 방류 전과 후로 분석방법이나 기준이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에 분석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올해 말 방사능 분석장비를 추가로 한 대 더 도입할 예정”이라며, “시료 하나당 분석하는 데 보통 1만초가 걸린다. 이에 분석장비가 두 대로 늘어나면 좀 더 빠르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일본 오염수로 인해 불안감이 커졌음을 고려해 볼 때, 아무리 국제기준보다 높은 검사 수준을 지녔다 하더라도 방류 후에는 좀 더 정밀하고 세밀한 분석법을 도입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모든 품종을 대상으로 매일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표본검사일 뿐 전수검사는 아니기 때문에 그 정확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정부, 수산물 판매 촉진에 예산 쏟아붓지만…“효과는 미미해”

현재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안은 수산물 소비 활성화다. 해양수산부는 144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소비 활성화 예산을 투입해 수산물 소비 촉진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어·갈치·명태·오징어·전복·참조기·김 등 주요 성수품을 대상으로 최대 60%까지 할인을 지원한다. 그동안 상시 시행하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의 할인율도 상향 조정해 기존 30%에서 40% 이상으로 올렸다. 수산물 전용 모바일 상품권 발행주기와 금액을 월 1회 35억원에서 월 최대 80억원으로 확대한다. 오는 하반기에는 수산물 시장 소비 축제를 집중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참고로 지자체 83회, 수협 44회가 예정돼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전통시장 쪽에서는 온누리 상품권을 환급하는 행사를 하고 있고, 모바일 상품권인 제로페이를 이용해 수산물 전용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업체 38곳과 함께 손잡고 수산물을 할인 판매하면 일정 비율의 할인금액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행사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인 통계는 아직 말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수산물 소비가 뚜렷하게 위축됐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마트 등 유통업체와 외식업체 등을 파악한 결과 매출이 걱정할 정도로 줄었다는 말은 없다. 아직 오염수가 방류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위축이 없다고 단정해 말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소비위축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산물을 산지에서 판매하는 전통시장에서는 ‘끄떡없다’는 반응이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통영중앙전통시장에서 활어회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중기이코노미에 “일본 오염수를 방류한 지 몇 주 되지 않았고, 아직 우리 해역으로 다다르지도 않은 데다 통영은 남쪽 지방에 있어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상인은 “아직 매출 감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부 손님들은 예전처럼 회를 편하게 사 먹기 좀 꺼리는 분위기도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산물 소비 촉진행사는 어떨까. 현장에서 이를 반색하며 반겨야 할 상인들의 얼굴은 다소 어두웠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수협강서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수산물 소비 행사와 관련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5만원어치를 구매하면 1만원을 쿠폰으로 돌려주는 행사임에도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협강서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해산물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지난 주말인 9일과 10일에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수산대축제가 열렸는데 5시까지밖에 하지 않아 토요일에만 사람들이 많이 오고, 일요일에는 손님도 별로 없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갑각류를 판매하는 옆 매장의 상인도 동일한 의견을 보였다.

활어류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역시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주말에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대비 매출이 20~30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미미한 결과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지금이 아니라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방사능 수치가 기준 이하라 하더라도 한번 인체에 유입된 방사능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다 아는 상식”이라며, “중요한 건 인체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다. 지금은 수치가 기준 아래라고 하지만, 나중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우린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특히 평생 이 일만 해온 노인네들은 어디서 뭘 하겠나”라며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