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선인장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을출제와 어울리는 각종 조형물을 만끽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주말, 경기도에 위치한 일산호수공원은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선인장 페스티벌, 고양가을꽃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 등 일산을 대표하는 가을축제 세 개가 한 번에 개최되면서 가족, 연인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19회 선인장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은 알록달록한 색채와 특이한 형상으로 전시된 다양한 선인장의 행렬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에 참가한 농가의 반응은 이런 관객들의 분위기와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페스티벌 한쪽에 마련된 판매존의 한 상인은 “이전보다 판매존을 찾는 손님의 수도 떨어졌고, 판매율도 낮아졌다. 찾는 금액대도 대부분 가장 저렴한 2000원대를 많이 찾는다”며, “연료비 등 생산비는 다 올랐는데 오히려 물건값은 떨어졌다. 판매가 안 될까 봐 물건값을 일부러 낮춘 것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인장 페스티벌, 국내 기술력과 품종 다양성 알리는데 ‘성공’

선인장 페스티벌은 선인장과 다육식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화훼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 19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고양가을꽃축제와 함께하는 선인장 페스티벌’로 주제를 잡아, 더 많은 사람이 페스티벌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했다.

관람객들이 선인장 다육식물연구소에서 개발한 희귀선인장과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주제로 한 AI 작품전을 즐기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페스티벌을 주최한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김윤희 농업연구사는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꼽았다. 김윤희 농업연구사는 “올해는 문화존, 산업존, 힐링존을 통해 선인장 다육식물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과 도시민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선보였다”며, 특히 희귀선인장 다육식물 경진대회에 출품된 작품 전시를 비롯해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주제로 한 AI 작품전, 가을축제와 어울리는 다양한 조형물로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선인장과 다육식물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지역특화작목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선인장은 우리나라 화훼수출 1위 품목으로 전체 화훼부분의 36%를 차지한다. 경기도가 선인장 생산의 66%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1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 농업연구사는 “선인장 수출액 중 대부분은 접목선인장 비모란이 차지한다. 비모란은 엽록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등의 품종으로 개발하고, 삼각주 선인장을 대목으로 접목 선인장으로 생산한다”며, “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비모란 생산기술로 연간 450만 달러(약 60억7000만원)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노란색의 기둥형 접목 선인장인 산취, 식물체가 별모양이면서 별무늬를 가지고 있는 아스트로피튬 선인장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아스트로피튬은 고가에 거래되는 선인장이라고 한다. 레브티아의 경우에는 봄철에 2~3개월간 꽃을 볼 수 있고, 꽃이 없더라도 관상가치가 높아 국내 내수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은 품종이다. 줄기마디의 모양이 게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게발선인장은 다양한 꽃 색깔과 긴 개화기간으로 겨울철 주요 화훼품목으로 국내외에서 모두 인기가 많다.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천년초 비누 만들기 체험행사존 모습. 관계자는 “천년초로 만든 비누는 보습과 노화예방에 좋다”며, “비누를 녹여서 천년초 분말을 글리세린에 개서 틀에 부어 20분 정도 굳히면 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어 “여러가지 디자인을 골라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다육식물은 연간 400만 달러(약 54억원) 정도 수출하는 우리나라 화훼수출 2위 품목이다. 대만, 중국, 일본 등 15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으며, 경기도가 전국 재배면적의 60%, 생산액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생산과 유통이 활발한 품목은 에케베리아와 세덤이다. 현재까지 60여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특히 개화성이 우수한 칼랑코에는 대부분의 종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농가 로열티 부담 경감을 위해 10여 품종을 개발해 전문농가에 보급 중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농기원은 다양한 특허기술 개발로 농가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농업기술원 소속 연구소인 선인장 다육식물연구소는 1998년부터 선인장 150여종을 개발했고, 213만주의 종묘를 보급하는 등 재배농가에 생산기술 지원을 해왔다. 또한, 접목선인장 생력화기술을 통해 농가 일손도 도왔다. 일례로, 화분분배 및 상토투입 장치 개발을 통해 화분분배 노동시간의 79%, 배지투입 노동시간의 75%를 감소시켰고, 화분용 식물 지지장치에서 분리한 선인장의 뿌리를 제거해 상품화하는 기계인 식물체 수확기를 통해 수확 노동시간의 63%를 절감했다.

우수한 품종 개발력 및 기술력에 비해 아쉬웠던 ‘판매’ 부스

농업기술원은 거실, 사무공간, 책상, 카페 등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리도록 모듈형 식생판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여러 행정기관과 카페 등에 제공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번 페스티벌의 또 다른 목적은 소비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김윤희 농업연구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선인장 페스티벌을 통해 소비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고양국제꽃박람회 등 국내 전시를 통해 소비 저변 및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은 다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에 관심을 가졌다. 엄마, 동생과 함께 페스티벌을 찾은 초등학교 2학년 박지후 어린이 역시 작고 귀여운 선인장을 구입한 후 품에 조심스레 안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박지후 어린이는 중기이코노미에 “평소 책상 위에 조화 세 개를 둘 정도로 꽃을 좋아한다. 장날에 집 앞에 꽃 시장이 섰을 때도 달려가 많이 샀을 정도”라며, “오늘은 여러 종류의 선인장 중에서도 가시가 제일 많고, 풍성해 예뻐 보여서 내 마음을 끌었던 식물로 골랐다”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선인장의 우수함을 대중에게 알리고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행사에 참가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전시품목에 대한 관심이 모두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기 때문이다.

선인장 페스티벌에 참여한 우리농원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관람객의 대다수가 수형이 특이한 것에 눈길을 많이 준다. 특히 평상시에 잘 보지 못했던 품종에 반응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관람객이 직접 구입하는 것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즉, 좀 더 저렴하면서도 인테리어용으로 활용성이 있는 가성비가 높은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찾는다는 말이다. 다른 농가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구경하고 있다. 특히 희귀한 품종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실제로 농가에서 구입하는 품종은 크기가 작고 저렴한 제품이 주를 이뤘다.   ©중기이코노미

이가농원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손님이 이전보다 5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크기가 작은 다육식물과 소품 등 2000원~1만원대의 가격대가 주로 나갔다. 그중에서도 ‘귀요미’ 스타일의 작고 색상이 화려한 신품종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편”이라며, “지난 봄에 했던 행사에서는 3~5만원대가 많이 나갔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즉, 경기 악화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22년도 화훼 재배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민 1인당 화훼소비액이 2021년도 대비 11.1%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됐던 화훼산업이 각종 행사와 박람회 등을 통해 점차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기 악화로 인해 다시 꺽임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나마 현장에서 관람객이 많이 찾는 품목은 다육식물이다. 봉봉농원 관계자는 “다육이는 입장이 있고, 선인장은 가시가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그래서인지 다육이가 좀 더 예쁘다는 평을 받는다”며, “다육이는 여름에 색이 빠진다는 특징이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봄까지는 색이 짱짱하게 든다. 특히 10월부터 4~5월까지 가장 예쁠 때”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어 “다육이 중에서도 세덤 종류가 많이 나간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잎이 많이 자라서 모양이 풍성하고 예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대 중반에 유럽에서 다육식물의 한 종류인 아드로미쳐스 묘종을 들여왔다는 흥농원 관계자는 “우리 농가는 주로 고급 다육이를 판매하는데, 올해는 7000~1만5000원대의 제품이 주로 나갔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