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들은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중소상인과 금융소비자단체는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조장 정책을 비판하며,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계채무자와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을 경감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중채무자 수가 약 450만명에 육박하고 이들의 대출잔액만 570조원이 넘었으며, 코로나19 이후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부채 역시 연체액이 사상 최대규모(7조3000억원)로 늘어,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부터 주택 경기부양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자금 공급뿐만 아니라 다주택 및 임대사업자, 고령자의 40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소강상태에 있던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올해 1분기까지 1853조원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신용이 2분기에 1862조원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고도 했다.

이강훈 민변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이제 연간 나라 전체가 버는 수입(GDP) 보다 국민 가계 빚이 더 많은 나라가 됐다”며, “윤석열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감축시켜온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해 현 가계부채 규모를 GDP 수준 이하로, 나아가 GDP 대비 8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과 지침을 마련해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 스터디카페협회장은 “많은 소상공인들은 예기치 않게 발생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예정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적극 동참한 만큼 이후 고통분담과 해결에도 정부가 적극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청년들의 대출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계속 문제를 대출로 해결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지만, 채무조정은 장기적으로 부채를 줄여주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며, “한계채무자에게 대출 연장이 아닌 채무조정으로 부채를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현재 개인회생 신청이 전년동기 대비 1.5배 가량 늘었고, 파산 신청 역시 전년과 비교해 늘었다”며, “그러나 많은 한계채무자들이 우리나라 법률로 정해진 채무조정 절차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채무조정을 받으면 그 대가로 개인의 금융생활, 나아가 개인의 정상적인 경제인으로서의 생활기회 자체가 박탈될 위험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변호사는 “채무자회생법에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다른 법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파산자를 마치 잠재적인 법죄자이거나 금치산자인양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법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들은 오는 26일까지 1주일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과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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