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입찰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설사들이 최근 2심에서도 잇따라 패소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대법원에 상고하는 등 건설사들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 과정에서 공구 배분 담합행위를 한 19개 건설사에 대해 제재조치를 했다. 이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8개 건설사에게 1115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이후 건설사들은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에 대해 기업들이 소송전을 벌이는 모습이 생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은 유독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담합을 조장했다는 정황이 이미 포착됐기 때문이다.
4대강 공사입찰에서 정부가 담합을 조장했다는 의혹은 국정감사에서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공정위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공사를 준공하기 위해 대규모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담합을 방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소송과정에서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논리의 근거로 국정감사 자료와 감사원 감사결과를 들고 있다.
법원 역시 정부의 담합 방조 정황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담합 행위 자체를 실행한 것은 기업이며 이는 법이 금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패소판결을 내린 상태다.
4대강 담합 건설사들이 당당하게 소송에서 정부의 책임론을 펴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4대강 담합을 조장했다는 의혹의 뿌리를 밝히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4대강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모습도 포착하기 힘들다.
오히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대형 건설회사 8곳의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공정위로부터 담합으로 제재를 받으면 입찰 참가자격도 제한을 받는 국가계약법령에 대해 기재부 등 소관부처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4대강 담합 건설사들에게 자기반성을 요구해야 할 공정위원장이 공정거래법에 따른 제재조치의 힘을 빼는 발언을 하는 동안 담합 건설사들은 정부 책임론을 들며 당당하게 소송에 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4대강 담합 의혹의 뿌리를 캐내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국회가 만든 공정거래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배격해야 한다.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날 대목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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