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기업 적합업종 대립 “특별법”vs“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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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대기업 적합업종 대립 “특별법”vs“폐지” 전경련, 적합업종 폐지 건의…중기, 전경련 규탄·동반위 해체

기사입력2014-07-1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상인 도소매 적합업종 추진협의회’ 등 중소상인 단체 대표자 및 회원 20여명은 1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중소상인 적합업종 반대하는 전경련 규탄 및 적합업종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적합업종 법제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폐지를 정부에 건의한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전경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양측이 적합업종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활동 관련 규제개선 과제 628개를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관련부처에 건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동반성장위원회에는 동반성장지수 산정 관련 2건과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 폐지를 건의했다.

전경련은 적합업종에 대해 “과거 산업경쟁력 약화 등 폐해로 인해 폐지된 고유업종 제도를 답습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지정 이후 중소기업 경쟁력 개선이 미흡하며, 국제협정 위반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적합업종제도 자체 폐지”와 “적합업종 지정품목 최소화 및 엄격한 일몰 시행” 등 2개 안을 동반위에 제안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에 반발하며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통 서비스업 적합업종을 추진하는 중소상인 단체 대표자 및 회원들 20여명은 1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중소상인 적합업종 반대하는 전경련 규탄 및 적합업종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적합업종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상인 도소매 적합업종 추진협의회’와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경제민주화 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공동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과 이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더 이상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뺏어서는 안된다. 거대한 공룡처럼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망가뜨리고,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균등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여력을 망가뜨려서, 결국 심각한 경제양극화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대기업과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올해 3년 만기 시점을 앞두고 꾸준히 적합업종 폐지와 무용론을 제기했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스스로 적합업종 지정제도를 해체 내지는 약화시키는 수순을 밟는 직무유기 행태를 보인 것”이라며 “대기업의 편에 서서 중소상인들을 기만하는 동반성장위원회라면 차라리 해체하고, 중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적합업종 특별법은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2012년 6월 발의했으나 국회 상임위에서 2년째 계류 중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600만 중소상인들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적합업종제도를 법제화 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국회는 계류 중인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이번 하반기 국회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적합업종 토론회에서도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과 을지로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시행 3년 그 성과와 과제는?’ 토론회에서 전극수 숭실대학교 교수는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전 교수는 “대기업의 빈자리를 외국기업이 차지하는 문제는 외국의 대기업에 대하여도 국내의 대기업과 같이 적합업종에의 참여를 제한하고, 또 선정을 적절하게 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적합업종의 지정 이전에 참여한 대기업에 대해 독과점적 시장성과를 보장해 주는 문제는 선정의 적정화로 해결할 수 있거나 적합업종제도의 취지에 비춰 불가피하다”며 “적합업종제도에 다소의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순수한 경제논리에 의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행 적합업종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적합업종에의 진입을 사전에 일반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미 진입해 있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사업을 축소하도록 하거나 일부 철수 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축소, 일부철수를 하도록 하는 것은 적합업종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이는 사업조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적합업종 권고는 진입자제, 확장자제, 내수진입자제, 사업축소, 사업일부 축소, 사업이양 등의 유형으로 이뤄져 왔다. 사업조정제도는 중소기업의 신청에 따라 중소기업청장이 대기업에 사업축소 등을 명할 수 있는 제도다. 적합업종의 지정유형을 사업조정제도와 구분해 두 제도의 조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읽힌다.

이밖에 적합업종의 선정기준과 지정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법으로 규정해야 하며, 지정권자 역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아니라 중소기업청장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적합업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벌칙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적합업종제도의 위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해 적합업종제도로 인한 피해를 예측 가능하고 최소화하면서 한편으로 실효성있는 적합업종제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상생법의 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