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안에서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는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그 이용액이 크게 늘었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도 지역균형발전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증대를 이끌고 있는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화폐 사용액은 2021년 기준 약 25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약 30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지역화폐는 11조6507억원이 사용됐다. 국비지원액은 3522억원이다.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없애는 대신 지원예산을 늘린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올해 7982억원이 사용됐으며, 국비지원액은 2897억원이다. 국비지원액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 사용액 차이는 14배에 이른다.

사용처가 전통시장에 한정돼있는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지역화폐에 비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적다. 따라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를 확대하거나 지역화폐 발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국민 호응이 좋고 효과가 높은 제도로 지속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역화폐 반대의 뜻을 재차 밝혔다. 추 부총리는 “지역에서 도움 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가 현금 살포식으로 보조금 주듯이 전방위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국민 호응이 뚜렷이 나타나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분명한 정책임에도 그 효과와 의미를 폄하하고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보내는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올해보다 11.3%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지방교부세 증가가 예상되므로 지자체에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역대급 세수펑크에, 내년도 지방교부세마저 줄어들면서 많은 지역에서 지역화폐 할인율·발행률을 축소하고 있으며,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어 지역화폐는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지역균형발전과는 거꾸로 가는 행보다.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역화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89%에 육박했다. 또한 소상공인 83.4%는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70% 이상이 지역화폐가 자영업자 매출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경영위기와 지역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는 잘 알고 있다. 지역화폐는 적은 예산을 투입해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세수를 늘리고 가계에는 가처분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다기능의 정책이다.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지역이 소멸된 이후, 투입해야 할 예산과 비교하면 지역화폐 예산은 크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