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형 건설업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담합 제재시 입찰참가 제한에 대한 제도개선 요청”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에는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에서 무려 28개사가 무더기 담합행위로 적발됐다. 이번에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KBS 화면 캡쳐>

KBS는 10일 단독보도를 통해, 지난 2009년 기초공사 입찰이 이뤄진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에서 무더기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19곳의 입찰구간 중 최저가 입찰을 실시한 13개 구간 모두에서 담합 혐의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28곳이 담합에 참여했으며, 미리 모여 이른바 ‘뽑기’ 방식으로 입찰 구간을 나눈 후, 확실하게 낙찰받기 위해 돌아가며 ‘들러리’까지 섰다고 전했다.

KBS는 “왕따를 우려해 담합 주도 회사가 써놓은 각본대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설업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전한 후, “입찰로 밝혀질 경우 사업비의 최대 30% 정도를 부당이득…국민 세금이 건설사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라는 권오인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장의 설명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보도는 건설사들이 이렇게 해서 받아낸 공사비만 2조2000억원이 넘는다며, 공정위는 다음 주에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건에서만 과징금 규모가 6000억원을 넘는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올 들어 부과된 건설사 입찰담합 과징금 3200억원과 진행중인 담합 건을 포함해 연간 과징금 부과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위 과징금 부과는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며, 이 건에 대한 위원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과징금 규모 등은 언론사·업계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KBS는 이 보도에서 “과징금보다는 담합으로 빼먹는 국민세금이 훨씬 많아 건설사들의 담합이 뿌리뽑히지 않는다”며 손해배상과 입찰참가 제한 등 실효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0일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대형 건설회사 8곳의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담합 제재시 입찰 참가자격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령에 대해 기재부 등 소관부처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책사업 발주와 건설업계 발전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담합기업, ‘면죄부’ 줘 양지로 끌어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