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리스크가 심각하던 그 당시보다 공급망을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가 더 다양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제조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3년 공급망 피해요인(복수응답)으로는 러우 전쟁이란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다. 

대한상의가 2021년에 해외 조달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코로나 지속이 57.0%를 차지했다. 올해와 당시 조사를 비교해보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이 줄어든 대신 러우전쟁이 새로운 공급망 불안요소로 자리한 모습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공급망 불안 리스크 요인이 더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2021년 조사에서는 코로나 지속 이외에 미중 패권경쟁(23.3%),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확대(12.4%), 탄소중립 대응(4.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조사에서는 코로나 여파 지속이 31.0%로 여전한 불안요소로 꼽힌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영향(28.4%), 환경·탄소중립 규제(11.2%), 이스라엘·하마스 전쟁(7.8%) 등이 거론됐다.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 전쟁이 두가지나 등장했고, 이전부터 영향을 미치던 코로나와 미중 갈등 역시 여전히 공급망 불안 변수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다. 

이처럼 공급망 불안이 상시화되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는 기업이 39.7%에 달했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대책이 없다는 기업 비중이 2021년(54.5%)에 비해 줄어들었다는데 주목하고, 공급망 리스크 장기화에 따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고 답한 기업은 18.0%에 그쳤고, 가장 많은 42.3%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공급망 불안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급망 대책은 신규 해외거래처를 추가해 공급망을 확대(34.7%)하는 방안이었다. 

수입 원자재·부품의 국내 조달을 꼽은 기업도 25.7%로, 적지않은 기업이 국산화를 대책으로 모색 중이었다. 반면 기존 해외거래처를 안정적인 국가나 기업으로 변경(8.7%)하거나, 수입 원자재·부품을 자체 생산(4.0%)한다는 응답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한상의는 “해외발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원자재와 부품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전략과 지원책을 중장기 관점에서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기업의 비중은 38.7%로 나타났다. 2021년 조사 당시의 67.0%에 비해서는 크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전세계 공급망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힌 코로나의 영향이 감소하고, 이후 발생한 요인들은 국지적인 이슈로 공급망 피해범위가 상대적으로 좁혀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87.9%가 단가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라고 답했다. 이 밖에 물류차질(27.6%), 조달지연에 따른 생산차질(24.1%), 제품납기 지연에 따른 패널티(5.2%)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피해가 감소한 것은 다행이지만, 다음 달부터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가 예고되어 있는 등 피해가 우려되는 현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공급망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가능한 만큼 수입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대응방안을 미리 잘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과제(복수응답)로는 ▲조달처 다변화에 따른 물류·통관 지원(33.7%) ▲신규 조달처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20.0%)과 같이 단기적인 행정적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수입품목 국산화 지원(24.3%) ▲안정적 교역을 위한 외교협력 강화(14.3%) 등 근본적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언제, 무슨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화를 위해 신규 공급선 물류지원, 수입품목 국산화 투자, 리쇼어링 인센티브 강화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조사는 2년간의 변화를 조사한 단기비교로 장기추세 파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공급망 피해현황과 대응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