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30만대가 팔려 올해는 200만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생산도 늘리고 마케팅 비용도 썼는데, 200만대는커녕 작년 수준을 넘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중견 제습기 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다른 중견 업체 관계자도 “재고가 쌓일까봐 중소·중견 업체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생산라인을 잠시 멈추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장마가 길어지면서 탄력을 받은 제습기 시장이 올해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6월24일 경이면 위세를 떨쳤던 장마전선이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여름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할 2분기 소비심리가 냉각된 것도 타격이 컸다.
<사진=삼성투모로우>
올해 제습기 제품에 ‘휘센’ 브랜드를 달고 제습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LG전자는 5월 대비 6월 판매량이 2배 늘었으며, 장마 도래 시점에 맞춰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대표모델의 경우 50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신장률이 높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한 초절전 인버터 제습기의 인기에 힘입어 상반기 제습기 판매량이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소·중견 업체로 넘어오면서 ‘습도차’가 확연하다. 대기업의 마케팅력과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나마 기대하는 것은 장마전선이다. “장마전선이 북상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주말부터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 목표치에 도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9년 4만1000대에서 2011년 8만4000대, 2012년 25만대에서 지난해 130만대로 훌쩍 자랐다. 파이가 커지자 경쟁자도 많아졌다. 2012년만 해도 이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위닉스, 위니아만도 등 에어컨 생산업체의 ‘하위리그’ 격이었지만, 현재는 40개 이상의 업체가 경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산 제품까지 가세하면서 ‘제습’도 하기 전에 ‘고사’할 걱정을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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