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일본 만화 ‘이니셜D’의 주인공이 타는 차는 1983년 토요타가 출시한 코롤라의 라인업 중 하나인 트레노다. 주인공은 통칭 AE86이라 불리는 이 차량으로 최신 스포츠카와의 고갯길 대결에서 승승장구한다. 초기에는 자신의 운전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했으나 곧 차량성능의 한계를 느끼고, 엔진을 레이싱용으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이처럼 자동차의 엔진이나 주요 부품을 교체해 성능을 높이는 일을 튜닝(tuning)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자동차 튜닝 전문업체들을 통해 기성 자동차의 튜닝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고, 전문점에서 부품을 구입해 운전자가 직접 튜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1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자동차 튜닝 및 애프터마켓 전문 전시회인 ‘2014 서울오토살롱’에서 전시된 튜닝 차량들<사진=뉴시스>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튜닝시장은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더불어 1990년대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스쿠프가 출시돼 모터스포츠 시장을 호령하던 시기가 국산차 1튜닝 1차 활황기다. 이 활황기는 국산 스포츠가 티뷰론의 출시까지 이어져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과 유럽산 브랜드의 튜닝이 확산되면서 튜닝산업 트렌드가 외산차로 확장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튜닝산업 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5위였던 자동차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산업규모다. 자동차 전체 시장 대비 튜닝시장규모는 미국의 경우 11%이나 한국은 1.6% 수준이다.

세계최대의 튜닝국가인 독일에서는 벤츠의 전문 튜닝업체인 AMG 등 완성차를 전문적으로 튜닝하는 업체들이 튜닝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미국의 튜닝산업규모는 35조원, 독일은 23조원에 달했다. 한국보다 자동차산업에서 후발주자인 중국 조차 튜닝산업 규모가 17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튜닝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한국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튜닝 규제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법이 정한 자동차 구조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절차도 5단계로 까다롭고 복잡하며, 총중량 증가 등의 경우는 원천적으로 금지 대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안전기준을 준수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튜닝을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폭넓게 튜닝을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의 외관을 변경하는 드레스업 튜닝에서부터, 성능을 향상시키는 튠업튜닝, 특수장치를 부착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빌드업 튜닝까지 다양한 튜닝형태들에 대한 인식도 척박하다. 정부가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일괄단속을 벌인 통에, 현행법상 합법적인 튜닝 마저 질시의 대상이 돼 왔다. 현실이 이러니 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동차 튜닝산업 발전 세미나 ‘자동차튜닝 활성화시대에 대비한다’가 1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렸다.   ©중기이코노미

정부는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동차 튜닝산업 진행대책’을 마련하고 산업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차 튜닝산업 발전 세미나 ‘자동차튜닝 활성화시대에 대비한다’에서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서성은 사무국장은 정부의 튜닝산업 진행대책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분석했다.

우선 정부의 튜닝산업 활성화 대책에 따라 승인절차가 간소화되고 허용범위가 넓어지지만, 불법튜닝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여전히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튜닝 활성화 대책은 “안전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는 점을 밝혔다.

정부의 제작사 튜닝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결국 완성차 업체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가 특수차업체의 제작단계별 안전기준 적합여부를 별도로 인증하는 제작단계별 자기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성차 업체의 의지 부족에 따라 발생한 문제였다는 의미다. 인증제 도입 이후 슈퍼갑인 완성차 업체가 얼마나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지역별 맞춤형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남에 F1경기장과 연계해 튜닝부품 개발과 평가가 한번에 가능한 자동차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2017년까지 35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대구지역에는 튜닝산업지원센터를 39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튜닝산업 지원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조성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한다”라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경배 교통TV&뉴스 취재본부장은 ‘튜닝산업 이정표를 찾아라’라는 발표에서 국내 튜닝산업의 발전부진을 정부 주도하의 자동차 산업 육성에서 찾기도 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해외 튜닝산업은 모터스포츠산업과 함께 자연스레 발전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성과지향적인 성장과정에서 자동차산업의 저변인 튜닝산업과 모터스포츠산업이 취약한 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튜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부품전문개발기업의 선두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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