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소상공인의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인 소상공인들에게는 퇴로도 마땅치 않다. 고용보험 당연가입 등 안전망 강화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생활 밀접업종과 제조업종 등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소상공인 50.1%는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봤고, 나아질 것이란 전망은 7.5%에 그쳤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에게 퇴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의 82.9%는 향후 1년 이내 폐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는데, 중기중앙회는 이를 두고 “취업 곤란이나 노후 대비 등을 이유로 한 생계형 창업이 전체의 89.0%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91.1%가 생계를 위해 창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창업에 나선 소상공인이 많다는 사실은 과밀경쟁과 낮은 영업이익률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부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안전망 구축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2021년 기준으로 가입률이 0.58%에 불과하다. 고용보험 가입 이후 피보험자 자격을 잃은 자영업자까지 포함해도 가입률이 1.6%에 수준이다. 1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현황과 확대 방안’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고용보험 임의가입제도가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6개월 동안 매월 구직급여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재창업이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이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보고,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자영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훈련 시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급여를 지급하거나 조기 재취업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한국과 고용보험 제도가 유사한 프랑스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는 고용보험 당연가입제도를 자영업자에게도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에 기반해 고용보험료를 산정하는 제도 도입과 함께 이뤄질 일이다. 소득파악과 고용보험료 산정, 실효성 있는 실업급여 수준 책정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다. 2020년 7월 체결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보면, 정부는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고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었다.  

코로나19 유행의 충격이 지나갔다고 해서 논의를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그와 같은 충격이 또 언제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계형이 90%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에 주목해,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자영업자 고용보험 확대에 한시바삐 나서야 한다. 특히, 임의가입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평가하고 자영업자 역시 당연가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