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 첫 번째로 주택 신규취득 시 1주택 보유자로 취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집을 사라는게, 인구감소지역을 부활시킬 대책인지 궁금하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마트나 병원·약국과 같은 생활 인프라까지 사라지는 지역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사면 세금만 깎아주는게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을 거란 건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 대책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돼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점이야 이미 확인된 바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정부는 첫 머리로 “생활인구 확대:세컨드 홈 활성화”를 제시했다. 무엇이 세컨드 홈이고, 활성화 시 무슨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단지,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주택보유·거래 인센티브 확대”라는 방안만 제시했을 뿐이다. 가액과 적용지역 등 구체적 요건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확정된 바는 아니지만, 제도개선의 주요 사례를 보면 수도권 1주택 보유자가 인구감소지역의 주택 1채를 새로 사들였을 때에 한해서, 1주택자로 간주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실거주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택매입이 인구감소대책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인구감소지역까지 투기가 활성화되어 집값이 오른다면 누가 지방에서 살고자 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근거없는 우려가 아니다. 국토연구원의 ‘국토연구’ 2022년 12월호에 실린 ‘지역 활성화를 위한 세컨드 홈 조성 방안’ 보고서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침체된 농촌 지역에서는 빈집이 많고 주택 수요가 크지 않아 세컨드 홈의 개발이 환영받을 수 있지만, 세컨드 홈 개발이 정점에 이른 후에는 주택 부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나기 쉽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실증적인 현황자료를 토대로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해외연구를 소개했다. 

세컨드 홈의 부작용이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강원도는 빈집 8만가구 중 43%에 해당하는 3만6000가구가 가끔 이용하는 휴가용 주택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또 “세컨드 홈이 밀집된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부족 및 가격 상승”이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례도 있다면서, “세컨드 홈 조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세컨드 홈의 유형 조사와 그에 따른 비율의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지적처럼 세컨드 홈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컨드 홈의 수요자와 유형,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층의 주말용 별장 개념으로 접근할지, 은퇴 예정자의 귀농·귀촌으로 연결시킬지, 숙박업자의 국내 관광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살피고, 각각에 맡는 정책이 유기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집값 상승과 같은 부작용까지 헤아려야 한다. 세컨드 홈이 정주인구의 생활여건을 파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적 고려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세컨드 홈 활성화”라는 단어만 앞세워 집을 사라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해의 경제정책방향을 종합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구감소지역의 부활을 부르짖으며 내놓은 첫 번째 정책이 이것이다. 

인구감소지역 문제의 심각성은 거듭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인구증감과 청년 이동, 고령화 등을 고려해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당장 인구감소지역은 아니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관심지역도 18곳에 이른다. 

이렇게 시급한 상황에서, 인구감소지역 부활 프로젝트의 첫 번째가 단순히 집을 사라는 정책이라니 실망이 크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긴 한 것인지, 대책이 제기능을 할 것인지, 걱정이 커진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