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5일 논평을 통해, 법원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단가 갑질에 대한 과징금 203억7500만원을 취소하고 4억3200만원만 인정한 판결을 내린데 대해 “대기업 봐주기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공정위가 구 현대중공업(현 HDC한국조선해양, HDC현대중공업)에 조선 하도급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사건에 적용한 과징금 208억원 중에서 203억7500만원을 취소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은 구 현대중공업이 2014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사내협력사들과 진행한 하도급 거래에서 서면을 미교부하고, 사외협력사에는 사실상의 ‘시장퇴출 협박’을 수반한 일률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자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과징금 취소 결정에는 2016년 공정위의 과징금 고시가 변경된 것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과징금 고시가 변경된 2016년을 기준으로 이전의 하도급대금이 2706억원, 이후의 하도급대금이 1492억원으로 2배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과징금 액수는 과도하게 차이가 난다며 서면미교부 건에 부과된 과징금에 납품단가 후려치기 건에 부과된 과징금을 합해 모두 취소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는 과징금을 정액으로 할 경우 매출액 및 위반금액에 비해 지나치게 과소한 과징금이 부과되는 점을 개선하고자 2016년에 개정된 과징금 기준 개정 취지에도 어긋난다”면서, “개정된 기준에 따라 비록 전후의 과징금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준의 변화에 따른 문제일 뿐 구 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나 처벌의 필요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구 현대중공업의 갑질·불공정행위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기준에 따라 총점 1.6점이 넘는 ‘중대한 위반행위’(서면미교부)와 2.2점이 넘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방적인 단가인하)로 판정됐음에도 법원은 서면미교부 행위의 미지급 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부과된 과징금까지 모두 취소하는 기적의 논리를 선보였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당시 하도급대금의 0.1% 수준의 과징금에 그친다면 앞으로 어떤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공정위는 즉각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