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 다수가 경기회복 시점을 내년부터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중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15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이 바라본 2024 경영·경제전망’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40.1%가 경기회복 시점을 내년(2025년)부터로 내다봤다. 이어서 올해 하반기라는 응답이 34.2%였고, 2026년 이후라는 답도 16.9%에 달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는 7.7%, 이미 회복국면이라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실제로 지난해 기업 대출금리가 5%대를 돌파한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8차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작년 하반기에 오히려 대출금리가 상승흐름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4월 5.09%이던 대출금리가 11월에는 5.36%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고물가에 대해서도 “1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하락(-0.4%)했으나, 상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아울러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회원사 1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글로벌 이슈 및 대응계획’에서도 주된 요소로 꼽혔다. 2024년 주요 글로벌 이슈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23.0%), 미국 고금리 기조 장기화(18.0%), 전쟁 장기화 및 지정학적 갈등 확산(17.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2024년 경영전략에서도 적극적인 변화 추구 보다는 경기를 관망하는 전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대한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영전략에 대해 절반이 넘는 55.5%가 안정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당분간 회복세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 다수를 이룬 것이다. 이어서 성장전략을 선택한 기업이 35.0%였고, 축소화 전략은 9.5%에 그쳤다. 

매출, 수출, 투자 등 구체적인 경영실적에 대해서도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아 기업들이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뒷받침 했다. 

실제 부문별 응답 결과를 보면, 수출의 경우 동일 수준을 전망한 기업이 44.3%로 가장 많았고, 감소를 전망한 기업이 28.0%로 증가(27.7%)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투자의 경우에도 동일 수준을 전망한 기업이 46.4%로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감소라는 응답이 29.5%로 증가(24.1%)보다 많았다.  

2023년과 비교한 매출은 증가가 34.5%로 가장 많았지만, 감소(34.0%)와 동일 수준(31.5%)이란 응답이 근소한 차이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올해 가장 위협적인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복수응답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1.1%가 고원자재가·고유가를 꼽았다. 2022년 시작된 원자재 가격 급상승의 부담이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고금리 등 자금조달부담 역시 46.6%로 많은 기업들이 지목했다. 2022년 시작된 고금리 시대가 단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4년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를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고물가와 고금리가 첫손에 꼽혔다. 전체의 71.0%에 달하는 기업들이 물가관리 및 금리정상화를 지목한 것이다. 이어서 기업부담규제 완화(31.2%), 수출경쟁력 강화(27.0%), 노동시장 개혁(21.7%), 미중갈등 등 대외위험 관리(19.8%), 국가전략산업 지원 확대(11.9%) 등의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고물가·고금리 등 당면한 위험요인에 대비하고 신산업분야 투자 및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잠재력을 확보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