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 한도 위반기준에 대한 행정해석을 변경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2일 냈다.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해 연장근로 한도시간을 정한 법 취지를 훼손하고, 장시간 집중노동을 해도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돼, 근로자의 건강권을 심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종전 고용노동부는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행정해석 변경으로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의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최대 21.5시간(24시간에서 8시간마다 휴게시간 2시간과 연장근로 휴게시간 30분 제외)을 일하고도 연장노동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장시간 집중노동이 일상화되면, 노동자의 건강권이 크게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많은 산업재해의 원인이 장시간 노동이다. 2021년 WHO와 ILO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균 35% 증가시키고,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17% 증가시킨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뇌심혈관계 사망자 중 6.9%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판단됐다.

대한민국은 이미 장시간 노동국가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OECD 평균 1716시간보다 199시간 길다. 연간 실노동시간 1349시간인 독일보다는 연간 566시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연장근로 한도를 둘러싼 혼란은 입법의 미비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주간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므로,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연장근로시간에 한도를 둔 것은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정한 법 취지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하루 근로 상한을 만들거나,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의 보다 섬세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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