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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정부 입장바뀌나 최경환 후보 “유보금 과다, 가계소득 둔화”…美日처럼 과세?

기사입력2014-07-1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놓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를 검토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상황이다.

연합뉴스는 최근 “기업에 넘쳐나는 자금을 가계로 보내는 차원에서 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근로자의 임금 등으로 돌리는 기업에는 세제·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13일 해명자료를 내고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중에 있으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이같은 발표는 정부의 지금까지 입장과 동일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질의를 받고 “(사내유보금에)과세를 하면 배당액만 올리는 결과를 낳으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합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현 부총리는 “정책적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면 투자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투자가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부작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사진=뉴시스>

최근 사내유보금 과세가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새로운 경제부처 수장이 될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질의응답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사내유보금 관련 질의에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가계 부문의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것이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대해 칼을 빼들 것이라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반면 최 후보자의 발언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한다는 수준이며, 해결방안이 과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최 후보자는 “기업들이 유보금으로 근로소득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가계 부담을 완화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가계소득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가 과세라는 채찍보다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당근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최경환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지난해 11월22일, 주요당직자 회의 자리에서 “최근 야당에서는 ‘왜 기업들이 잉여금을 쌓아두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냐’고 이야기하면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엉뚱한 발상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렇게 채찍을 든다고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최 후보자의 극적인 입장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추진한다는 관측은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하면서도 과세라는 채찍을 쉬이 선택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대기업 사내유보금, 가계로 흘러가야 하는데…미국에도 있는 제도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는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추진한 바 있다. 이인영 의원안의 과세대상은 모든 국내 영리법인 중 자본금 300억원 초과 또는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법인이었다. 대기업에 한정해 사내유보금 과세를 추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기획재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국내 30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43조에 달했다. 이는 2008년의 305조원에 비해 4년 만에 140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중기이코노미

검토보고서는 이같은 사내유보금의 증가원인으로 ‘적정유보초과소득 추가과세제도’의 폐지를 꼽았다. 대형 비상장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이 제도는 1991년 도입됐다가 2002년 폐지됐다. 대상은 비상장법인 중 자기자본이 100억원 초과 또는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한 법인이며, 세율은 도입 초기 25%에서 1994년 15%로 인하됐다. 1995년부터는 기업발전적립금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제도가 시행된 1991년부터 2001년 사이 전체기업의 총자산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을 보면, 최소는 1999년의 2.5%였고 최대는 1995년의 7.7%였다. 평균적으로는 3%에서 6%대를 오갔으며,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는 증가세를 보이다가 이후 1999년까지는 하락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제도가 폐지된 첫해인 2002년 11.9%로 급증한 뒤 2004년 20%를 넘어섰고, 이후로는 최소가 2011년의 19.7%, 최대는 2007년의 26.7%로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검토보고서는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찬성 의견으로 “사내유보를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배당소득 과세와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할 필요”를 꼽았다. 또 ▲추가과세 제도가 과도한 사내유보를 억제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대기업이 얻은 이익금을 과도한 규모로 사내에 유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투자에 활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이 선진국 기업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과 일본, 대만에서도 일정한도를 초과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10~20%의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는 점도 예시로 들었다.

반대의견으로는 “개정안과 같이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법인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과세하더라도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 ▲대기업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크지 않다는 점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사내유보와 사외유출(배당)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