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소재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 가운데 75% 이상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76.5% 역시 수도권으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접근성과 인력유치 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의 입지 선호도를 담은 보고서 ‘국가첨단전략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발제한구역 합리적 관리 방안’을 30일 발간했다. 조사는 작년 10월5일부터 27일까지 정부가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분야와 지정 검토 중인 미래차·로봇 산업이 운영하는 협회의 회원사인 1323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중 334개 기업이 응답해 25.2%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먼저, 기업의 지리적 분포를 살펴봤다. 본사가 위치한 곳은 경기 44.9%, 서울 24.3%, 충청권 12.3%, 인천과 영남권이 각각 7.5% 순이었다. 생산시설이 위치한 곳은 경기 52.2%, 충청권 14.4%, 영남권 11.4%, 인천 9.0%, 서울 6.5%로 조사됐고, 연구시설이 위치한 곳은 경기 51.3%, 서울 20.1%, 충청권 10.1%, 인천 7.7%, 영남권 7.4% 순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종사자 수는 100명 미만이 79.3%, 100명 이상~200명 미만과 200명 이상이 각각 9.9%, 10.8%를 차지했다. 

수도권에 소재한 94.9%의 기업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기회가 생겨도 이전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이전 의사가 있다고 답한 5.1% 중 76.5%의 기업은 수도권으로의 이전을 희망했다.

살펴보니 기반시설, 접근성, 인력유치 등의 이유가 컸다. 경기연구원이 이들 기업이 각 시설의 입지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 최대 세 가지까지 우선순위를 매겨 답하도록 했는데, 본사에 대해서는 산업용수, 전기, 도로망 등 기반시설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이어 ▲관련 기업과의 접근성 ▲이송 체계상 수익률 극대화 ▲용이한 인력 유치 ▲정부에 의한 산업단지 조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본사와의 접근성 ▲이송 체계상 수익률 극대화 ▲기반시설 ▲관련 기업과의 접근성 ▲정부에 의한 산업단지 조성 ▲용이한 인력 유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시설에 대해서는 ▲본사와의 접근성 ▲관련 기업과의 접근성 ▲기반시설 ▲용이한 인력 유치 ▲이송 체계상 수익률 극대화 ▲정부에 의한 산업단지 조성 순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 위치한 기업은 인력 유치의 용이성 때문에 서울 입지를 선택했고, 경기도에 위치한 기업은 생산 및 물류 이송 체계상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택했다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첨단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인력 유치와 수익률 극대화를 원활히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정책 담당자 역시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근로자의 도심 거주 선호로 인해 비수도권에 입지하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연구원은 활발한 기업 활동과 그로 인한 국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려면, 기업의 수요를 뒷받침할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특히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을 줄일 방안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의 설치에 대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예외조항을 줘 수도권 중첩 규제의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규정하는 입지 허용시설 유형과 규모를 현실화하거나 중과세 제외 업종에 첨단산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면제 혹은 감면하고, 보전부담금 산정 시 지가차액에 대한 상한선을 줘 수도권과 같이 상대적으로 지가가 높은 지역에 입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보전부담금 납부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능총량에 포함하지 않는 개선안도 덧붙였다.

2023년 1월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도시계획혁신구역에 대한 구상안도 내놨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이 구역은 한 개의 필지에 여러 용도가 공존하는 토지 이용형태로 주거용도 비율 제한이 완화된 도시혁신구역, 업무·주거·생활이 융합된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의 입지 제한이 완화된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이다. 여기에 주거·업무·상업 등이 고밀 복합형태로 집적하면 근로자가 선호할 만한 주거지와 근무지가 조성돼 인력 유치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경기연구원 권진우 연구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추진했던 대규모 개발사업 대부분이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직장과 주거지가 멀리 떨어진 직주 불균형이 악화됐다”며, “주거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는 사업 면적의 일부를 자족기능용지로 지정하도록 규정해 도시지역 곳곳에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