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 개인투자자에게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힌 동양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공식화됐다.

감사원은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금감원과 금융위, 한국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 관리·감독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1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4일 밝혔다. 회사채 돌려막기와 불완전판매 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동양증권이 투기등급의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개인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불완전판매인 것을 알고도 사실상 방치했다고 봤다. 투자 위험성 표시를 생략한 불법 광고전단을 이용해 CP와 회사채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데도 특별한 조치 없이 이를 내버려뒀다는 얘기다.

2011년 동양증권에 대한 금감원과의 공동검사를 실시한 예금보험공사도 2012년 2월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판매’ 취지의 검사결과를 금감원에 보냈다. 금감원은 같은해 6월 금감원장 및 금융위 보고에서 동양증권의 계열사 CP와 회사채 불완전판매에 대한 지도·검사를 강화키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판매내역 분석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회사채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하라”는 공문만 한 차례 동양증권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양증권은 당시 고객 1만500여명에게 투기등급의 동양 회사채 2581억원을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조치 없이 이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사이 동양증권의 회사채 판매잔액은 2012년 6월 8903억원에서 이듬해 9월 1조844억원으로 1941억원 증가했다. 투자자 피해도 고스란히 늘었다.

금감원은 또 동양그룹이 부실을 키워가던 당시 동양증권이 계열사 지원 목적으로 CP를 부당판매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6년 동양증권 종합검사를 위한 사전조사 당시 신탁업감독규정을 위반한 계열사 자금 지원행위 여부를 중점 점검하기로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같은해 6월 종합검사에서는 동양증권이 계열사의 투기등급 CP 1조494억원을 보유한 것에 대해 계열사 지원행위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대신 2007년 3월 ‘투기등급 계열사 CP 규모 자발적 감축’ 취지의 ‘경영유의사항’을 보냈다. 동양증권은 이미 자발적 감축을 기대하기가 곤란했던 실정인데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경미한 조치로 갈음했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9월 종합검사에서 동양메이저 전략기획본부의 지시 하에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계열사 CP를 조직적으로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신탁업 일부 정지나 인가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금감원은 대표이사 개인에게 문책경고를 보내고 CP 규모 감축을 유도하는 MOU를 체결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서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한 셈이 됐다. 동양증권은 결국 2011년 7월 MOU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금감원에 통보했으며 계열사 CP 편입규모를 크게 늘리고는 개인고객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팔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감독을 태만히 한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담당 국장과 팀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계열사 지원 목적의 CP 판매에 대해서는 검사를 강화하고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토록 주의를 요구했다.

금융위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업규정에서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뒤늦게 개선한 관계자 4명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산업은행에게는 동양메이저에 주식매입용 자금을 부당 지원한 사실을 관련 팀장 2명의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동양증권 계열사 CP-회사채 판매잔액

계와 소계의 인원은 중복인원을 제거한 수치임. 2013년 9월말 기준. 단위: 명, 개, 억원. <자료=금감원/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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