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는 거야.”

7년간 부족한 물자와 음식, 불결한 위생, 불편한 잠자리에 시달린 노인이 가장 원했던 것이 왜 하필 그것이었을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연결됨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이 있는 동시에, 양가적인 욕구로 고독·단절에 대한 목마름도 동시에 가지는 것이 아닐까.

최근 호주에서 근무시간 외에 근로자에게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하면 처벌하는 법안이 추진돼 관심을 끈다. A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조만간 이런 내용의 노사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하원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 법안은 상원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한다. 법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매우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근무시간 외에는 근로자에게 부당한 연락을 할 수 없다. 그러한 경우에는 벌금을 물게 된다.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조사결과, 직장인 절반 이상은 ‘지난 한 달간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퇴근 후 업무 연락’은 불안증상 위험을 2배 이상 높였고,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는 최대 3배까지 치솟았다. 우리 국회에서는 지난 2022년 ‘근무시간 외 카톡 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아직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과잉 규제라는 비판에 폐기된 바 있다.

해외의 사례도 주목할만 하다. 세계 최초는 프랑스다. 50인 이상 기업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사가 협의해 적용하도록 한다.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750유로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필리핀은 근무시간 이후에 보낸 업무 관련 연락을 근로자가 무시하는 경우에도 징계나 기타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 문자, 전화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포르투갈은 근무시간 외의 업무적인 연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기타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는 등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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