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그룹 12곳에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했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해당 내용을 정관에 일부라도 반영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올해 1월 초 삼성전자·SK·현대차·LG·포스코홀딩스·롯데지주·한화·GS·HD한국조선해양·신세계·KT·CJ 등 12개 대기업집단의 핵심계열사에 공문을 보내, 5개의 거버넌스 개선과제를 2024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반영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제안한 거버넌스 개선과제는 총 5개다.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 과반수 선임(포스코홀딩스는 제외) ▲임원 결격요건 명시 등은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해당한다. 또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세이 온 클라이밋(기후 대응에 대한 정보공개와 주주의견 수립) 도입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도입 등은 주주 친화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각사의 회신 또는 답변은 대부분 각 제안에 대해 회사가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분리선임으로 감사위원 과반수 선임 제안에 대해서는, 외국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험 우려를 언급한 회사가 가장 많았다. 

임원 결격요건 신설 또는 강화 제안의 경우, 상당수 회사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 또는 내부규정으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 있는 사람의 이사 선임을 제한하므로 정관 반영의 필요성이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이 제안은 지배주주인 임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힌 회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SG 이슈에 대한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제안에 대해서는, 현행법 상 허용 여부가 불분명하다거나 악용이 우려된다는 등 다양한 사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현행법 하에서도 권고적 주주제안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단지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ESG 이슈 관련 주주와의 소통 강화 및 경영진의 책임성 확보에 동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여전히 대다수 회사가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올해까지 3년간 주요 대기업에 대하여 거버넌스 개선과제를 제안하였지만, 회사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여 스스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며, 세계적인 추세인 주주친화정책마저도 회사에 대한 간섭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대해 “사실상 회사 또는 경영진 스스로 거버넌스를 개선할 유인이 거의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